불만이 가득했던 나, 어떻게 지금의 나가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학자가 꿈도 아니었고 주변에 닮고 싶은 어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 나는 별다른 꿈이 없었다. 내게 기대하는 어른도 없었다. 그 대신 그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좇아 살아왔다. 자전거를 타고 싶으면 자전거를 배웠고, 테니스를 치고 싶으면 테니스를 배웠다. 운전을 배우고 싶으면 차가 없어도 운전학원을 등록했다. 중학교 때는 물리 선생님이 좋아 물리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 영향인지 대학 전공을 물리학으로 선택했는데 사실은 성적에 맞춰 들어갔다. 결혼도 죽고 못살아 사랑해서 했다기보다는 남들 할 때라 했다. 목적 없는, 방향 없는 인생이랄까.
나이 들어갈수록 알 수 없는 공허함과 “이런 삶을 원했던 건 아닌데”하는 불만이 커져갔다.
나는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나를 엄마로만 살기를 바라는 엄마에게 불만이었고, 자신과 아이를 위해 헌신하기를 바라는 남편에게 불만이었고, 세상이 요구하는 대로 살라는 기존 전통을 요구하는 사회에 불만이었다. 주변의 상황에 쉽게 안주하는 사람에게 불만이었고 여자가 공부해 봤자 라는 사회풍토에 불만이었다. 불만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화와 불만이 많았던 나, 지금 생각해 보니 무의식적으로 이런 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내면에서부터 들끓었던 탓일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심리학보다 코칭 공부를 먼저 했다. 코칭을 공부할 당시(2006년),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상대의 강점 자원을 찾아내 동기부여 하는 일이 즐겁고 재미있었다.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고 상대의 성장에 집중하여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북돋아주는 코치가 매력적이었다.
20년 전인 그 당시 코칭펌 대표는 “숙영 코치님, 대학원에서 상담 공부를 해보시는 게 어떠세요?”라는 제안을 주셨다. 그 대표님은 미국에서 상담과 신학을 공부하신 박사님으로 한국에 코칭을 처음으로 소개한 분이셨다. 그때를 회상해 보면, 정서적으로 마이너스인 상태의 사람을, 그것도 지나간 과거를 탐색하는 일은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화와 불만으로 가득 찬 내가 어떻게 남의 문제를, 그것도 어두운 과거를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거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상담사로 살아가게 될 줄은 꿈. 에. 도. 몰랐다. 자발적으로 대학원에서 심리학과 상담 공부로 박사까지 하면서 지적 호기심이 나날이 커져갔다. 게다가 '이 세상에 마음 아픈 사람들이 참 많구나!'를 알게 되면서 새삼 위로가 되었다. 내담자의 과거를 탐색하고 그들의 감정을 다루며 상처를 치유하는데 집중하고 내담자의 무의식적 패턴을 이해하도록 돕는 상담 일이 가치 있고 보람되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나는 내 마음속 구멍(결핍)들을 지식으로 채워 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고 나를 마주했다. 물론 지식만으로 나의 구멍을 모두 메울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그림책을 공부 중인데, 훗날 내가 어떤 주제, 어떤 분야의 공부를 하게 될지 나조차도 궁금하다.
나는 일주일에 이틀은 대학에서 글쓰기 수업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학사경고 대상자들을 상대로 학습집단상담을 하고, 일주일에 이틀은 일반인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잘 해내기 위해 일주일에 두 번은 운동(헬스)을 무조건 한다. 몸과 마음의 균형! 나이들어가면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책을 쓴 저자, 코치, 강사, 교수, 상담가 등의 다양한 커리어는 특별히 남다른 꿈이 있어서 이룬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상에 가졌던 불만이 여러 일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 나는 오늘도 현실에 매몰되지 않도록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라.
"나의 불만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