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 큰 아이. 음악교육이 도움 될까?
<그로잉맘 함께육아 15>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평소에 신중하고 조심성이 있다고 여겨졌던 제 아이는 지나친 걱정과 근심으로 울음을 터트리는 일이 많아졌어요. 덩달아 저도 아이를 달래느라 계획해 둔 일정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늘어났고요.
그러던 어느 날 주차 금지 구역에 가까스로 (몰래) 주차를 해 놓고 아이를 데리러 학교에 들어갔어요. 이런 날은 유난히 아이의 발걸음이 느리게 느껴지더라고요. 한 번에 한 계단을 내려서면서 차례로 두 발 모두를 딛어야 안심했던 제 아이는 계단을 내려가는 속도가 느려도 한참 늦었죠. 손잡이를 꽉 잡고 계단을 내려와서인지 빨개진 아이의 손바닥을 보며 이 아이가 지나치게 겁이 많은 건 아닌가 걱정한적도 있어요.
이렇게 제 아이와 비슷한 기질의 아이들은 평소에 걱정과 근심이 많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해요. 분명하게 통제가 가능한 상황을 선호하고, 불분명한 상황이 닥쳤을 때는 불안감이 치솟아요. 불분명한 상황에 대한 정의는 개인 별로 차이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신체적 에너지 수준이 낮은 이 아이들은 불필요한 체력과 감정의 소모를 막기 위해 반사적으로 낯선 것들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요.
악기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찾는 아이들 중에도 이런 기질과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요. 저의 경우 학원 문 앞에서 들어오기를 망설이거나 용기를 내더라도 양육자 뒤에 숨어서 들어오는 학생을 맞이할 경우에는 학생과 조금 거리를 두고 시간적 여유를 가져요. 이 학생은 자신이 불편하다고 느낄 정도의 불안감을 이겨내고 찾아와 주었기에 학습 동기가 강력한 경우가 많답니다. 따라서 적절한 학습 환경과 커리큘럼이 마련되는 경우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요. 제가 이 아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간단한 전략을 소개해 봅니다.
1) 목표를 함께 설정해요.
2) 목표를 향해 나아갈 다양한 단계들을 미리 소개해요.
3) 학습 루틴을 만들어요.
가장 먼저 아이의 학습 동기(장기 계획)를 파악하고 이 주의 학습 목표(단기 계획)를 함께 설정해요. 연주하고 싶은 곡의 악보를 들고 온 경우 사용된 음악 기호들을 짚어 가면서 우선적으로 학습해야 할 것들을 추려내고, 이어질 다양한 단계들을 소개해요. 또 짧게는 30분 길게는 60분으로 구성된 악기 교육 시간이 어떻게 구성되고, 무엇이 이어질지 예측할 수 있도록 학습 루틴을 제시해요.
예를 들자면 학습을 시작할 땐 간단한 한 주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여는 시간을 갖고, 다섯 손가락을 의도적으로 움직여보는 테크닉 시간을 통해 손가락을 풀어요. 그다음으로 연습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 보고, 학생 스스로 평가해 보는 시간을 갖죠. 저는 학생의 연주와 이야기를 다 들어본 후에 지난 시간보다 나아진 점을 살피고, 이것이 가능했던 학생의 연습 방법을 체크해요.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계속 가지고 가고 효과적이지 않았던 방법은 개선해 나가죠. 이 “배움을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학생은 독립적 학습자 Independent learner로 성장해 나갈 수 있어요.
다만, 두려움이 많은 아이는 새로운 곡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겁을 먹을 수 있어요. 이럴 때는 음악과 미리 친숙해질 수 있도록 음원이나 영상을 찾아서 미리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답니다. 또, 악보를 미리 살펴보며 어려운 부분을 파악해서 따로 부분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좋고요. 처음 보는 악보를 단번에 연주하는 능력을 뜻하는 “초견”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학생의 실력보다 조금 쉬운 악보를 준비하는 것이 좋아요. 새로운 것에 부딪쳤을 때 “이 정도는 할 수 있다”라고 스스로에게 되뇔 자신감은 반복적인 경험에서 싹트는 법이니까요.
학습 환경 적응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아이들은 그만큼 주위를 철저히 이해하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요. 그러나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체감적으로 아이의 학습 속도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죠. 이럴 때 아이의 학습 속도를 향상하려는 목적으로 학습 환경을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아요. 아이가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할 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많은 과정들을 새로운 지도자와 번복하며 혼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조심스럽게 그러나 꾸준히 학습하는 아이들의 저력은 금세 드러나지 않아요.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 아이의 속도에 귀 기울인다면 누구보다 내실 있고, 튼튼하게 자라는 아이의 내면을 확인할 수 있어요.
<참고 영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