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말 시골 바닷가에 놀러 갔다 우연히 산딸기 군락을 발견했다. 산딸기는 여수 고향 마을에서 느낀 맛 그대로였다. 예상치 못한 행운이라 생각했다.
지구 반대편에도 사과나 딸기가 우리나라의 것과 별반 다르진 않지만 특별히 뉴질랜드에서 따먹었던 비파나무 열매가 우리나라에서 열린 것과 맛이 똑같아서 나름 충격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소중한 추억을 상기시켜주는 것을 다른 어딘가에서 우연히 만나는 건 정말 특별하다.
어린 시절 할머니 밭 주위에 산딸기가 많이 열렸는데 비닐팩에 가득 따서 집에 가는 길에 한 알씩 먹기도 하고 그대로 조물조물해서 잼처럼 먹기도 했다. 그러면 어느새 집에 도착해 있었다. 늘 이맘때면 생각나는 추억의 제철 과일이다. 아쉽게도 10여 년 전부터는 열매가 열리는 때를 못 맞춰 산딸기를 못 따먹거나 근처 유명 카페에서 몽땅 다 따버려서 못 먹는 햇수가 많았다. 그러다 타지에서 아들과 산책 중에 산딸기 노다지를 발견했으니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슈필라움에서 가까운 도보 거리에도 산딸기가 난다. 작년에 아들과 함께 따먹었다. 올해는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그런지 산딸기 상태가 영 시원찮았다. 다행히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에서 알맹이가 탐스럽게 붉고 크기가 큰 산딸기를 다수 발견해서 그나마 맛은 봤다. 양동이를 들고 쫓아오던 아들이 하나둘씩 다 먹어버렸다. 열매를 따는 속도보다 아들이 먹는 속도가 빨라 산딸기가 양동이에 쌓이질 않았다. 산딸기 다 어디 갔냐고 물어보니 입에 씹고 있으면서도 모른다고 잡아떼던 아들의 능글맞은 거짓말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양동이를 가득 채우고 슈필라움으로 돌아가 아내와 한 움큼씩 집어서 입에 넣어 달달하고 톡톡 터지는 알맹이를 맛보았다. 아들은 이미 많이 먹었다며 먹지 않았다. 미션 클리어처럼 이렇게 또 슈필라움에서 올해 할 일 하나를 끝낸 것 같아 좋다. 내년에 또 따먹어야겠다. 그땐 아들이 때를 알고 먼저 따먹자고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