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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말 자연인 Sep 21. 2022

사라져 가는 아쉬움

딸아이의 옹알이 소리가 참 듣기 좋다. 기분 좋을 때 흥얼거리는 콧노래 같다. 플랫한 사운드로 읽힐 문자로 옮기기도 난해하다. 냐냐냐, 뇨뇨뇨 같은 소리라고 생각해두었다가 글을 쓰면서 다시 딸아이의 옹알이 소리를 들어봤다. 에에에, 이이이, 아아아 하는 소리인데 역시 글로 전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이 마저도 딸아이가 곧 의미 있는 말을 하기 시작하면 사라질 귀엽고 앙증맞은 소리다.


첫째 아들만 해도 그렇다. 이제 더 이상 옹알이를 하지 않는다. 말을 제법 잘해 입에서 나오는 소리마다 의미를 담고 있다. 가끔 투정을 부리거나 둘째 딸아이에게 부모의 애정을 빼앗긴 질투에 이상한 소리를 낼 때는 마냥 귀엽지만은 않다. 하지만 아들이 첫돌이 지나기 전까지 내던 옹알이 소리도 너무 사랑스러웠던 것 같은데 이젠 그 기억도 없다. 가끔 아이폰에 저장된 옛 동영상을 볼뿐이다.


아들은 내 통화 흉내를 꽤 잘 낸다. 회사 과장님과 하는 통화를 듣고 네 과장님이라고 하는 소리와 내가 중간중간 웃는 소리를 잘 따라 한다. 무언가를 하다가도 아무 맥락 없는 상황에서 꼭 오른쪽 손바닥을 펴고 손전화기를 들어 네 과장님하고 전화를 받는다. 연신 네네네 하다가 중간중간 웃는다. 다음에 또 만나요 하고 끊는다. 귀여워 미친다. 이 또한 아들이 조금만 자라면 사라질 소리인 것이다.


첫 아이 때는 조금 걱정하기도 했다. 매 발달 단계마다 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몇 개월 차에는 뒤집기를 하고 또 몇 개월 안에 특정 행동을 하지 않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있었다. 말을 늦게 할까 걱정하기도 했다.


아들 녀석과 달리 딸아이는 벌써 이런 행동을 할 때가 되었나 하고 놀랄 때가 많다. 그만큼 신경 쓸 대상이 두배로 늘어났으니 집중하는 힘이 반절로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뒤집기를 처음 할 때 그랬고, 배 위에 올려놓으면 들썩들썩 무릎을 튕길 때도 그랬다. 그러한 행동이 하루아침에 짠 하고 가능한 건 아니었을 텐데 낑낑대며 수고로웠을 딸아이를 생각했다. 벌써 이렇게 컸나 하면서 세세한 과정에 눈길을 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목욕을 시키고 나서 물기를 닦고 아들을 맨몸으로 안을 때의 감촉이 벌써 그립다. 말랑말랑하던 살결이 이제 제법 탄탄해졌다. 아직 딸아이의 살갗은 연약하고 부드럽다. 맨몸으로 안을 때 폭신폭신한 느낌도 곧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세월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기에 한 번씩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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