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still in love with New Zealand. 2011년 2월 배낭여행으로 처음 뉴질랜드를 방문해 여행을 마치고 출국할 때 공항직원에게 했던 말이다. 이 대사는 반지의 제왕 1편에서 나오는데 빌보가 간달프에게 프로도를 샤이어에 두고 떠나기로 밝히면서 한 말이다. 그 이유는 프로도가 여전히 샤이어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Frodo’s still in love with the Shire) 그 대사를 변형해 나는 아직 뉴질랜드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 뒤 엄청 뿌듯해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회화를 공부할 때 좋아하는 영화 대사를 외워서 하면 좋다는 말에 내 인생 영화인 반지의 제왕 대본을 달달 외웠는데 한 문장 빼고 실생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대사들이었다. 그런 대사들을 활용했다가는 반지의 제왕 오타쿠 소리를 들을게 뻔했다.
중학교 때 반지의 제왕 3편을 처음 봤는데 충격을 받았다. 오크와 괴물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그 세계관에 매료됐던 것 같다. 그 후로 1편과 2편을 봤는데 이야기가 연결되면서 그 판타지에 빠져들어갔다.
웃긴 것은 내가 아직 소설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책장에 반지의 제왕과 호빗 원서가 있는데도 말이다. 처음 몇 장 넘기면서 모르는 단어를 찾다가 점차 스트레스받아서 읽기를 포기했다. 생각해보면 소설이 아닌 영화 속 자연환경을 담은 영상미와 그 세계에 반한게 아닌가 싶다. 내 마음속에 영화와 같은 판타지를 두고 상상을 즐긴 것이다. 각 편마다 100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잠잘 때 그냥 틀어놓기도 하고 mp3에 영화 ost를 넣어 자주 듣기도 했다.
누구나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창 시절에 꿈도 희망도 없었고 그저 수능점수에 맞춰 대학을 갔고 개인적으론 대학생활에 적응을 못해 학사경고를 2번이나 맞아 군대나 가자하고 입대를 했다. 군 생활 중 틈틈이 한자 공부하면서 전역하고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전역하면 반지의 제왕 촬영지인 뉴질랜드에 배낭여행을 꼭 가보고 싶었다. 전역하고 냉장고 조립공장, 조선소 등에서 일하면서 여행자금을 모았고 나머지는 저축해두었다.
뉴질랜드로 출국 하기 한 달 전 배낭을 사서 캠핑용품을 넣고 광주 시내를 걸어 다니면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면서 과연 많은 짐을 메고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예행연습을 해보았다. 노스페이스 점주는 기특하다며 보온병을 주기도 했다. 배낭을 메고 돌아다닐 만했고 출국 사실을 집에는 알리지 않고 몰래 한국을 떠났다.
뉴질랜드에 입국하고 나서 며칠 후 동생에게 연락이 오면서 우리나라 예비군 관리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참으로 놀랐다. 아마 출입국관리소에서 예비군으로 통보가 돼서 아들이 해외로 출국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집으로 통지를 한 모양이었다. 집에서 난리가 났다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그래서 아빠와 해외 통화하면서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해외여행 가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집에 숨기고 갔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