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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경 Jan 31. 2024

하나뿐인 팀원이 팀 이동을 간절히 원한다.

맨바닥에 새 팀 짓기 (1)

매니징만이 주는 짜릿한 뿌듯함 


일희일비 그 자체인 저는, 겨우 첫 고비를 넘긴 후 가슴 벅찬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나를 상사로, 매니저로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 것만 같았던 팀원들에게 몇개월만에 "하경님은 매니저 하려고 태어난 사람 같아요."라는 말을 듣다니......


당시에는 설령 그 말이 빈말이라고 생각해도 기뻤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팀원들에게 그런 빈말을 해 줄 필요도 없는 사람인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런 말을 듣게 된 건 팀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나서부터 였기 때문입니다.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변할 것 같지 않던 것들이 변하는 것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었습니다.


인정받지 못 하던 분야에 대해 단기간에 인정 받게 되는 것, 전에는 필요한 줄도 몰랐던 역량들을 스스로도 만족할 만큼 얻게 된 것, 모든 것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매니징만이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이 짜릿함이, 이후로도 끊임없이 머리 위로 굴러 떨어질 문제더미들에 대비한 일종의 진통제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곧 제가 맡은 팀이 2개의 파트로 나눠졌고, 그 중 하나의 파트는 구성원도 가이드도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백지에서 모든 것을 시작해야 해


팀의 비전과 목표를 쓰고 업무 시스템을 짜고 가이드를 만드는 일은 차라리 쉬웠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첫 팀원을 데려오는 일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저보다 일찍 먼저 들어온 팀원들을 매니징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팀에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막막함을 선사했습니다.


인재를 모시는 입장에서야 첫 팀원이란 그 이후의 팀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고, 기본적인 시스템과 문화를 초기부터 함께 일궈나가는 너무나 중요한 존재이지만


들어오는 입장에서는 같은 직책의 다른 사람들과 같은 연봉 받으면서, 가장 체계가 없고 많은 것이 변화할 혼란의 시기에, 팀장 바로 옆자리에 배정되어 앉고, 팀에 안정성도 없는 위험한 시기를 감당할만한 이유를 찾아 설득하기가 너무나도 막막했습니다.


거기다, 원래 2가지 일을 1명이 다 하던 구조에서, 모두가 1가지의 일만 전담하도록 구조가 바뀌니, 원래는 지장 없이 돌아가던 일이 전부 담당자를 잃고 붕 뜬 상태였습니다.


즉, 급하게 담당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기존 팀원에게 SOS

아무리 열심히 JD를 적어 전달하고, 수소문을 해서 커피챗을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새 인재를 영입하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새 파트에서 해야할 일은 그와 상관 없이 계속해서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존 팀원 중 경력이 길고 다양한 역량을 가진 팀원에게 빌듯이 부탁했고, 팀원은 너무 급해보이는 제 부탁을 거절하지는 못 했습니다.


하지만 제게서 몇번이나


팀원 뽑히면 저 꼭 다시 옮겨주세요.
제가 원래 담당하던 것 그대로 담당하게 해주셔야 해요!


라고 약속을 받고서야 임시로 파트를 이동하는데 동의해주었습니다.

 



내 파트의 구성원인 것이 놀림감이 되다니


당시 저는 임시이든 아니든, 겨우 한숨을 돌리고 인재를 찾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어지는 면접과 커피챗을 마치고 간만에 자리로 돌아가던 어느 날, 팀원과 평소 친하게 지내던 다른 팀원이 팀원과 도란도란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습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듣게 된 대화 내용에 묘하게 기분이 착잡해졌습니다.


ㅇㅇ님 이제 3D파트래요~
언제 새 팀원이 뽑힐까~
영원히 거기서 못 나온다~ 



절 여기서 꺼내줘요! 
이 곳은 차갑고 어두워요!



더 장난스럽게 대답하며 웃으며 농담을 받아치는 팀원의 모습에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제가 매니저로 있는 파트에 속해있다는 사실이 놀림감이 되고,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이 속상했습니다.


이렇게나 싫은 일을 제 부탁 한마디에 들어주고, 믿음을 갖고 소속을 변경해준 것이 새삼 더 감사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첫 팀원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해놓고서, 실무가 급하다는 핑계로 누구보다 이 일을 하기 원치 않는 사람을 첫 팀으로 들인,


그 바람에 모든 그룹 사람들에게 내가 맡은 파트의 첫인상을 '가기 싫은 곳, 차갑고 어둡다고 농담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놓은 제 실수를 깨닫고는 마음이 갑갑해졌습니다.


사실 거의 매일같이 제게도 장난투로

싫어, 어서 날 돌려보내줘요!


우선은 급한대로 팀원에게, 


'지금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해주고 있는 것이 너무 미안하고 동시에 감사하지만, 이후에 이 파트에 들어오실 분들, 이 파트에 자부심을 갖고 지내야할 분들을 위해 자조적 농담은 부디 삼가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팀원 분은 듣고 충분히 이해했다며 조심하겠다고 해주었지만, 


사실 그게 문제의 핵심도, 해결책도 아닌 것은 확실했습니다.


유능한 구성원 덕에 한숨 돌리고 예전보다는 인재찾기에 여유를 두게 될 때마다, 


옮겨온 첫날부터 매일매일 원래의 파트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제 파트의 유일한 팀원을 떠올렸습니다.


채용 담당자님께만 채용을 맡겨두지 않고 열심히 인재를 함께 서칭해서 메일을 보내고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예비 지원자와의 커피챗은 어떤 임원진 미팅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임했고, 


직접 지원을 한 지원자 면접에서도 제가 면접을 본다는 생각으로 우리 파트에 오면 함께 이룰 수 있게 제가 노력할 수 있는 것들을 진정성 있게 약속했습니다.


동시에 이전 파트를 매니징하면서 함께 하고 싶었던 인재의 특징들을 정리했습니다.


 3D 모델링이라는 일을 정말 재밌어하는 사람

 직무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강한 사람

 동기와 보상으로 이을 수 있는 어떤 욕심이 있는 사람

 하지만 남을 위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

 자신을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사람

 직무와 작업, 조직에 대한 주제 한정으로 화가 많은 사람


그리고 채용팀에서 전달해주신 필수 질문 이외에, 위와 같은 특징을 볼 수 있는 질문들을 열심히 고안해냈습니다. 


그렇게 수십번의 커피챗과 1,2차 면접을 본 결과


마침내, 진정한 의미의 첫 파트원의 입사가 확정되었습니다.


막막하기만 했던 꽉 막힌 벽이 뚫린 듯한 기분을 느낀 두번째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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