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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하경 Feb 12. 2024

팀의 정체기에 단비 같은 존재들

인턴사원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 팀에 하는 기여들

인턴사원 선발이 필요한 시기 같습니다.


"지금 팀에 필요한 건, 다른 습관이나 관성 없이 정확히 우리 조직에 딱 맞는 업무방식을 바로 흡수할 인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델러가 있는 다른 업계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회사에서는 이렇게 했는데'와 같은 생각들이 아예 없는 분들이요.


거기에 존재만으로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현재 우리 목표를 위한 최적의 업무 방식을 3개월에 걸쳐 학원처럼 교육시키겠습니다.


초반에는 팀원들과 완전히 분리시켜서 최적의 업무 방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이후로는 기존 팀원들에게 사수 역할을 맡기려고 합니다. 


인턴들이 기존 구성원들을 리스펙 하면서 팀에 자연스럽게 섞여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 같고, 기존 구성원들도 사수로서의 책임을 안고 인턴사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들으시던 본부장님은 바로


"만약 인턴들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존 경력직들이 못 한다면 난리나겠..."까지 혼잣말을 하시고서는


웃음을 터뜨리며 저를 가르쳐 "이 악마! 저 사람 악마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훌륭한 팀원들을 매니징 할 때만 쓸 수 있는 카드


분명 인턴사원을 뽑고자 했던 의도에는 


팀원들로 하여금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살펴보고, 그것을 남에게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더 잘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적어도 인턴사원들보다는 좋은 성과를 내야겠다는 자극을 받아 마지막 한 계단을 오를 힘을 쥐어짜 목표 완수라는 정상에 발을 디뎌보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활기찼던 첫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고 마지막 스퍼트를 내주었으면 하는 마음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긴 시간 팀원들을 보아 오면서 그분들의 됨됨이와 열정, 실력을 굳게 믿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는 팀원들이 실력 있는 인턴사원들을 입사시켰을 때


기존 팀원들이 인턴사원들에게 싸늘하게 눈치를 주어 그들이 충분히 더 잘할 수 없게 만들 경우에 대해


혹은 그들을 교묘하게 괴롭혀 실력이 아닌 다른 방면으로 기를 죽이거나 가스라이팅을 할 가능성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했을 것입니다.


내가 노력해서 나아지는 것보다는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훨씬 더 편안한 길이고, 특히 그 대상이 나보다 불안정한 위치에 있을 경우 깎아내리고 괴롭히는 일은 본인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비틀린 즐거움까지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역량을 가진 새 팀원이 들어올 때마다, 뭐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싶고 한마디라도 더 걸어주고 싶어서 두근거리는 눈으로 모니터 사이를 기웃거리던 저희 팀원들을 대상으로 상상을 해보면


마치 교생 선생님으로 처음 나가게 된 사범대 학생과 같이


본인들이 대학생 인턴들의 사수가 된다는 사실에 두근거리며 어떻게 하면 잘해줄지 연습하고 준비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인턴들을 초반에 격리시키는 데는 기존 팀원들이 미리 인턴분들의 성장 속도와 방향을 지켜보며,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두 집단이 대면했을 때, '어? 인턴인 내가 더 나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어느 구석에서라도 들지 않도록


미리 역량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인턴들을 만난다면, 존경 어린 눈빛을 받으며 앞으로 더 나아갈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모두가 지금 조금 지쳤을 뿐, 잠깐 숨을 돌리고 또 배움을 향한 열정이 넘치는 신규입사자들이 들어온다면 충분히 마지막 한 발을 디딜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고 믿었습니다.



지원자가 있을까?


HRBP분과 디자인팀, 그리고 저희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포스터까지 완성하고, 커리큘럼을 짜면서 두근거리며 지원자를 기다렸습니다.


공고가 열린 첫 주동 안은 원래 서류 지원은 가장 막판에 몰린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너무 적은 지원자 수에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 그간 도와주시고 고생한 것들이 다 물거품이 되면 어쩌지?'


그리고 걱정은 걱정을 물고 왔습니다.


'우리 그룹에서 인턴을 뽑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심지어 이 일을 경력이 1년도 안 된 초보 팀장이 총괄하는데, 또 겁 없이 행동부터 해버린 것 아닌가? 내가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심지어 이렇게 코로나가 한창인 시국에?'


일단 저질러놓고 걱정하면서, 스스로 불러온 고난에 머리를 쥐어뜯는 일도 지긋지긋한데 왜 나는 늘 일을 벌이고야 마는지 자책하는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공고 마감일 당일, 마감일 외의 날짜에 들어왔던 전체 지원자를 다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지원자들이 지원서를 제출해 주었습니다.


그 덕에 저에게는 3일간 모든 9 to 6 모든 시간을 인턴십 지원자 1차 면접에만 몰아 쓰는 강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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