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차

여행을 준비한다

by 글쓰는 달

어렵게 나 혼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외출 나가기 전에 집안 정리도 해야하고, 나 없이 이동할 아이들을 위해 옷가지와 책 등 여러가지를 넣어 여행 가방도 싸두었다. 정작 내 짐과 여행 일정은 준비하지 못한채.

며칠 전부터 엄마도 주말 여행에 함께 가는지 확인하던 우리 작은 꼬마에게 더는 사실을 숨길 수 없어서 “엄마는 내일 이모 만나러 갈거야. OO이는 아빠랑 할머니랑 같이 다녀와"라고 말해주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통곡. 엄마가 떠나면 너무 슬프다고 꺼이꺼이 울며 내게 매달려서 떨어지질 않는다. 내일 아침이 될때까지 꼭 껴안고 자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이기지 못하고 하던 일을 다 멈추고 이불로 향했다.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3%만 남은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음원목록을 열었다. 그동안 가족여행 및 아이들과 나들이 하며 들었던 노래 1000곡이 빼곡했다. 그중에 동요, 만화주제가 등등 내 의지가 아닌 신청곡들을 하나둘 지워나갔다. 그렇게 10분쯤 하고나니 내가 오늘 운전하며 듣고싶은 노래 150여곡만 남았다.

가끔 음원사이트 서비스 중 '가장 많이 들은 노래' 목록을 열어보곤 하는데 상위권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어느새 나의 음악취향은 '동요'로 분류되어있곤 했다. 가족여행을 떠나면 운전하는 배우자의 마음이 편할 수 있도록 선곡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거의 틀어본 적이 없다. 그가 선호하는 곡이나 아이들이 짜증내지 않을 노래를 들어야 운전하는 미음이 평온할 것임을 알기에.

하지만 오늘은 나만을 위해 내가 듣고 싶은 음악들만 쭉 나열해보았다. 요 며칠 다시 듣기 시작한 케이윌의 노래들과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ost 등등. 파란 가을하늘과 아마도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다음 곡으로 넘기는 수고를 덜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내가 정말 듣고 싶은 곡이 맞나?’ 여러번 생각해보고 삭제 혹은 남기기를 결정했다. 내가 운전 하는 동안 옆에서 나대신 음악을 골라주고 넘겨줄 이는 없기 때문에. 그리고 흐름이 끊기면 운전하는 시간이 흥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리고 내게 생길 수 있는 여러 상황 중 내가 통제 가능한 것들을 미리 대비해보았다. 목이 마를수 있으니 텀블러에 생수도 담고, 졸리거나 힘이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서 사탕과 봉지과자를 조수석에 놓았다. 졸음이 오면 안되니 마시기 편한 빨대 달린 커피도 운전석 옆 홀더에 꽂아두었다. 만나기로 한 지인이 알려준 주소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여 길안내도 시작하고 주유도 가득 해두었으니 이제 정말 출발하기만 하면 된다. 얼마만의 기회인가.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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