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차

핑~

by 글쓰는 달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시기가 요즘이다. 어딜 가나 울긋불긋 예뻐진 나뭇잎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감성이 마구마구 피어오른다. 그리고 내 손엔 휴지를 꼭 지참해야 하는 계절이 왔다.

언제부터 내가 비염기가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대학교 다닐 때 나조차도 내가 비염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을 때, 친구 어머니께서 “OO이 비염 있는 거 아니니?”라고 말씀하신 걸 전해 들은 적은 있다. 그 후로 잊고 지내다가 한 십 년여 전부터 두루마리 휴지가 잇템이 되는 계절을 맞이함을 더 강하게 느낀다. 주로 환절기에 나를 휘감는 이름도 멋진 ‘계절성 알러지’를 이번 가을에도 만끽 중이다.

어제부터 이 증상이 심각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의심받을까 봐 걱정되기도 하지만, 나는 면역력이 약해지면 제일 먼저 목구멍과 눈, 그리고 코의 순서로 증상이 나타난다.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부어 있었고 곧 콧물 파티가 벌어졌다. 지저분하지만 사실적으로 표현하자면 흐르는 콧물을 무시하고 그냥 두었더니 마치 여배우가 옥구슬 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듯 콧물이 펑! 하고 바닥에 떨어져서 웃음이 나기도 했다.


떡지듯 노랗게 된 콧물도 괴롭지만 이렇게 맑고 깨끗하게 흘러내리는 콧물도 처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워도 방향에 따라 숨쉬기가 어렵기도 하고, 자칫 목구멍으로 넘기는 날에는 간질간질한 가래가 되어서 2차 공격을 시작하니 어쩔 수 없이 휴지를 작은 고깔 모양으로 뭉쳐서 콧구멍을 막거나 팽팽 풀어서 빼내는 방법밖에 없다. 팽팽 풀었을 때 제대로 양껏 내용물이 나오면 시원해서 좋긴 한데 좀 전에 오른쪽 귀에서 바람 빠진 피리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그리고 지금은 슬슬 귀속이 아파온다. 아무래도 고막에 무리를 준 것 같다. 이런. 환절기에 안과와 이비인후과에 가는 일은 이제 익숙해져 간다. 동네 안과에서는 내 진료 기록을 보더니 “작년에도 이맘때 오셨네요”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그나마 올해는 일을 쉬고 있어서 성대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어서 무난하게 넘어가지만 아마도 일을 다시 하게 되면 이비인후과도 당연히 세트로 가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지나서 목구멍 붓기도 가라앉고 투명한 콧물도 점점 노랗게, 연둣빛으로 변해가면서 이번 계절도 적응하게 되겠지 싶다.

그러고 나면 아마도 내가 가장 사랑한 계절은 자취를 감추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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