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일 차

내 아이가 부쩍 성장했음을 느끼는 순간

by 글쓰는 달

어제 온 가족이 시댁에 모여 시어머니 생산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시키지 않아도 이제 알아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녀석들. 노래 후에는 생일잔치의 하이라이트, 촛불 불어 끄기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예전에는 서로 자기가 불겠다고 다퉈서 결국 여러 번 촛불을 붙여야 했는데 웬일로 할머니께서 차분히 촛불을 끄실 때까지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할머니께서 촛불을 후 불고 나서 자기도 하겠다고 나서거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없었다. 세상에. 매일 얼굴 보니 몰랐던 내 아이의 성장이 확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첫 아이와 조리원에서 집에 돌아와서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아이 손톱이 꽤 자라 있었다. 손싸개를 싸주어도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손톱을 잘라주어야 했는데 아기 손가락이 작고 귀엽다고만 생각해봤지 그 작은 손톱을 자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평소 마이너스의 손으로 유명한 지라 혹여나 나의 부주의함으로 아이 몸에 상처를 입힐까 봐 손톱 다듬기를 하루 이틀 미뤘다. 결국 생후 50일이 넘도록 손톱 정리를 못해서 길어진 손톱을 가진 상태로 손발 조형물의 본을 뜨고 그 모습을 간직해야만 했다. 신생아를 위한 손톱 다듬기 도구 세트를 봐도 손톱깎이 외에 가위도 들어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처음 잘라 본 아이의 손톱은 얇은 종이처럼 약하고 열 손가락을 다 다음어도 내 새끼손톱만큼도 모이지 않았다. 그러다 가위를 졸업하고 손톱깎이를 사용하게 되었고 어느 날은 아이의 손톱이 나의 것과 별다르지 않을 만큼 두꺼워진 것을 느끼게 되었다. 손아귀에 힘을 꽉 줘야 아이 손톱이 잘릴 정도로 두꺼워진 데다가 다듬은 손톱을 다 모으면 어느새 내 엄지손톱만큼은 되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아이의 성장을 느낄 때는 머리를 감겨줄 때였다. 조리원 퇴소할 때 가장 걱정하는 것 중에 하나가 아마도 아이 목욕시키기 일 것이다. 지금이야 두 아이를 동시에 씻길 수도 있고 다 합쳐서 10분도 안되어서 끝나는 일이지만 그때는 작디작은 신생아 한 명 씻기는데도 30분은 걸렸던 것 같다. 물 온도를 섬세하게 맞추고 아기 욕조에 받아서 거실에 옮기고 조심스럽게 씻기고 헹구고. 그중 머리 감기기는 가장 어려운 코스였는데 우리 아이들은 샴푸 캡도 싫어하고 샴푸 의자도 썩 좋아하지 않아 서로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다 아이가 스스로 일어서서 고개를 숙이거나 뒤로 젖혀서 머리를 감겨줄 수 있게 되었는데 어느 날 내 두 손안에 꽉 차는 아이의 머리통 크기에 혼자 놀랐다. 매일 감겨주는 머리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자랐는지 한 순간에 실감되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가 한글을 배워가거나 멋진 표현으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 등등 아이의 지적 수준이 성장하는 것보다 잘 신던 신발이 꽉 맞게 되는 이런 소소한 변화가 주는 감동이 있다. 밥 많이 안 먹는다고 혼내고 걱정했는데 늘 자라고 있던 아이들. 다음엔 어떤 날 내게 감동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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