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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Dec 10. 2020

70일 차

명품 가방을 사고 가장 즐거우려면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명품 가방을 샀다. 이 기쁨을 가장 크게 느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산 가방이 무엇인지 얼마나 비싼 것인지 알아봐 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그 가치를 알아줄 사람이 있어야 더 만족감이 높을 수밖에 없고 이것은 비단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에도 필요하다.


 요즘 용기를 내어 여러 가지로 외모 가꾸기에 도전하고 연습을 하고 있다. 내 또래 여성들에 비하면 아직도 서툰 솜씨지만 나의 노력을 보고 친구나 지인들, 우리 아이들이 굉장히 열광적인 반응으로 보여주었다. 내게 필요할 것 같은 도구를 선물해 준 친구도 있고 직접 내가 화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고 대안을 제안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큰 아이는 내게 매일 화장을 해보면 좋겠다고 칭찬해주었고 작은 아이는 내게 구두를 신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해주었다. 이처럼 나의 작은 노력이나 나의 존재 가치를 알아봐 주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자존감이 뿜뿜 올라가는 기분이다.


 그에 비해 내가 어떤 노력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한 가지 노력을 하면 그것을 깎아내리고 어떻게든 무시하려는 태도. 아예 그다음 단계로 진입하는 걸 차단해버리는 사람. 나의 작은 도움의 손길을 곁눈질하고 이내 모른 척하는 사람.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끌어올리며 같이 성장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나를 본인의 발아래 두고 밟으며 자신만 위로 올라가로 싶어 하는 마음.


 오늘 한 영상을 보았는데 내적인 결벽증이 심한 사람들이라면 두 가지를 체크해 보라고 했다. 성장 과정에 너무 도덕적인 가치를 중시하며 자라서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도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지. 듣는 순간 마음에 확 다가온 두 가지 말. 나도 어느새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가치를 심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순간 겁이 났다. 그래서 그 영상에서 준 해결책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나아가 나는 문제 해결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라고 생각의 전환을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내가 가진 모든 문제의 시작은 나의 자존감이 낮아서였구나 하는 확신이 더 커지는 요즘이다. 아무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그러니까 내가 나를 챙겨야겠다. 나만 챙긴다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챙기련다. 다른 사람이 날 챙겨주길 기대하는 순간 실망은 반드시 찾아오고 상대에게도 미안한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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