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임의 MT.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펜션이다.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홀로 건물을 나왔다.
마침 작은 테이블이 있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언덕 아래로 바다가 펼쳐져 있다. 고요하다. 초저녁 서해의 짙은 바다와 듬성듬성한 섬들의 고즈넉한 산세가 만나 세상이 멈춘 듯 적막하다. 날이 어두워지며 눈앞의 풍경은 더 묵직해진다. 고요함이 깊어지니 마음은 더 평온해진다. 그렇게 한동안 눈앞의 풍경을 멍하니 바라본다.
“혼자 왜 그러고 있어요?”
누군가 펜션 문을 열었다. 문 너머의 밝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문틈을 찢고 나와 적막을 깬다. 그는 내부와 상반되는 이곳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내 눈치를 한두 번 보더니 말을 이었다.
“무슨 일 있어요?”
그냥 풍경이 좋아서 보고 있었다고 답하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정말 아무 일이 없다면 왜 혼자 있냐’며 나에게 무슨 일이 있음을 확신했다. 여기서 좌절하지 말고 들어가서 즐겁게 놀자고, 그러다 보면 나아질 거라는 말을 더했다. 그 안의 시간이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지 꽤나 챙겨주는 듯한 어투였다. 나는 이것저것 설명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그를 따랐다.
다음 날, 이른 시각부터 눈이 뜨여 앞길을 거닐었다. 아직 쨍하지 않은 햇살을 받으며 고요한 산자락을 걷고 있으니 지난밤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모퉁이에서 누군가와 마주쳤다. 그쪽은 세 명이었는데 같은 모임의 구성원들이다. 인사를 했다. 그중 누군가가 지나며, 농담인지 뭔지 모를 것을 던졌다. “왜 아침부터 청승맞게 혼자 다녀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