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집에 나왔던 이야기로 기억한다. 중대장은 전우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다’라는 속담을 자주 활용했다. 전시 상황이 됐고 부대원이 있는 곳으로 포탄이 날아들었다. 누군가 외쳤다. 무, 뭉쳐!
서로 힘을 합칠 때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사실은 굳이 반론을 고민해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오랜 기간 정설이었다. 이 때문에 모임 등의 간단한 결정부터 기업의 중대한 프로젝트에 걸쳐 집단사고와 협력, 팀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협력이 효과적인 상황은 줄다리기를 할 때, 이삿짐을 나를 때, 함성을 지를 때, 세력을 다툴 때 그리고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을 때뿐일지도 모른다. 소심인의 시각에선 그렇다. 꼭 뭉쳐야 살 수 있는 건지, 정말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유머집 이야기는 우스갯소리지만 실제 장면에서도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상황들이 있다. 심리학자 애쉬 Solomon Asch의 사회적 순응 실험은 집단 속의 개인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는지 잘 나타낸다.
방에 다섯 명의 사람이 앉아 있다. 한쪽 벽엔 두 개의 막대가 그려져 있는데 그 길이가 서로 다르다. 잠시 후 진행자가 방으로 들어와서 질문한다.
“둘 중에 어떤 막대가 더 길다고 생각하세요?”
첫 번째 응답자가 두 막대 중 짧은 것을 가리키며 ‘저 막대가 긴 것 같다’고 대답한다. 순간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번째 사람도 짧은 막대를 선택한다. 게다가 첫 번째 사람보다 확신에 찬 목소리다. 그렇게 세 번째, 네 번째 사람도 같은 선택을 한다. 결국 마지막 사람까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짧은 막대를 선택한다.
사회적 순응에 대한 사회심리학 실험 중 한 장면이다. 사실 맨 마지막 사람을 뺀 네 명의 응답자는 모두 연기자이다. 그곳의 절대 다수인 네 명이 짧은 막대를 선택했을 때, 마지막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아본 것이다. ‘마지막 사람’이었던 피실험자의 반 이상은 굳이 얘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명확한 정답이 있음에도 오답을 택했다. 짧은 막대를 가리켰다.
- 《심리로 봉다방》中
연구자들은 이후로도 모호한 자극과 명확한 자극을 비교하며 유사 연구를 진행했고 이러한 현상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피실험자의 상당수가 정답을 눈앞에 두고 오답을 선택했다. 왜일까. 인간은 소속한 집단의 다른 구성원과 동일한 선택이나 행동을 할 때 그 집단에 수용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판단이 분명치 않을 때는 더더욱 주변의 선택이나 반응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분위기에 휩쓸려 ‘일부러 틀린 답을 선택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fMRI(기능성 자기공명 영상) 스캐너를 사용하여 뇌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 피실험자들은 정답을 알면서도 타인을 의식하여 틀린 답을 선택한 게 아니었다. 지각 자체가 변하여 실제로 짧은 막대를 긴 것으로 인지했다. 사회적인 압력은 아주 명확한 사실조차도 다르게 느끼도록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소심한 친구 녀석이 이직을 했다. 책상 간 파티션이 없고 때에 따라선 자리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의 회사였다. 사장부터 막내 사원까지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는 수평적인 분위기.
그런데 친구는 지금의 회사가 기존의 보수적이고 딱딱한 회사보다 적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누구나 말을 자유롭게 꺼내는 분위기 때문인지 당장 아이디어가 없어도 뭔가 얘기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들기도 하고,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이것저것 묻는 상황들도 부담스럽다고 한다. 이 친구는 조직의 부적응자일까.
낮은 높이의 하얀 책상, 누구나 일어서면 사무실의 모든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구조, 콘크리트를 대체한 유리벽, 파스텔 톤의 작은 의자와 자유로운 분위기,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을 유영하는 여성 리더. 영화 <인턴>의 한 장면이다. '개방형 사무실'의 대표적인 모습이며 영화나 드라마에서 표현되는 대부분의 사무실이 이를 따른다.
개방적인 문화가 업무 및 창의성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자유롭게 여러 논의를 던지고 받는 과정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업의 담당자들은 이런 조직문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있다. 진취적인 기업들은 실제로 개방형 사무실을 채택한다.
정말 그럴까. 누구나 내 업무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공간, 어떤 말이든 수용할 수 있는 혹은 해야 하는 관계, 자전거를 타고 내 주변을 활보하는 리더가 과연 실제 상황에서도 효과적일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이 서로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각 개인의 피로도가 증가된다고 한다. 개방형 사무실의 효과를 추적한 세 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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