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삐꾸를 찾아야 할 때
심리평가 수업을 들었을 때 일이다. 담당 교수가 깐깐하고 수업 난도가 높아서 전공자들도 꺼리는 수업이었다. 수강생 중 말끔한 양복 차림의 남성이 앉아 있었다. 빳빳한 옷깃과 넥 타이, 커프스 버튼, 중년을 목전에 둔 눈주름, 좀처럼 강의실에 서는 보기 힘든 차림새였다.
그는 자신을 대기업의 인사팀장으로 소개했다. 전공자는 아니지만 훌륭한 선발 검사를 제작하기 위해 낯설고 어려운 수업을 찾아왔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훌륭한’ 인재를 가려내는 것이 훌륭한 선발 검사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목적은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한 명의 삐꾸를 찾아야 해요.”
발표 시간에 그가 말한 검사의 목적이다.
“열 명의 우수한 인재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삐꾸를 가려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는 검사의 개요와 방향을 설명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그 표현을 사용했다. 다른 은어는 없었다. 외모에 적합한 어른의 언어를 사용했다. 유독 그 단어만 거침없이 뱉었다. 삐꾸.
삐꾸: ‘엉성하게 갖춰진 물건, 혹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혹은 정상적이지 않은 것’ 등을 말하는 은어
팀장까지의 시간 대략 10년, 손을 거쳐간 수만 통의 이력서, 바늘구멍을 통과하고 얼굴을 들이민 수백 명의 청년들 그리고 그들의 회사 생활. 신입사원에게 ‘나의 도전-나의 합격-나의 회사 생활’로 기억되는 1인칭 이야기들을 팀장은 여럿에 걸쳐 오랜 시간 지켜봤을 것이다.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끊임없이 접했다. 한 번의 잘못된 선발이 초래하는 결과들을 겪었다.
잘못된 선발, 그러니까 기대했던 모습과 다른 그 누군가를 처음부터 삐꾸라고 칭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왜 그리도 강한 표 현을 택하게 된 것일까.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입니다.”
삐꾸에 대해 묻자, 그는 회사를 큰 매점에 비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운영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하게 서비스와 복지, 가치관 등이 생성되지만 본질적으로는 이익을 기반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곳이다. 만약 어느 경영자가 “우리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그가 경영하는 것은 회사가 아닌 그 무엇이다. 혹은 그가 거짓말쟁이거나.
신입사원의 모집과 선발, 교육의 과정도 모두 회사의 비용이며, 이익과 상충된다. 그 비용에 대한 본전을 뽑아줄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스펙은 다 뛰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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