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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25. 2018

일몰이 아름다운 덕적도

   

물이 깊은 바다에 있는 섬(큰 물 섬), 덕적도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백패킹 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넓고 완만하게 펼쳐진 하얀 모래밭과 천여 그루가 넘는 소나무를 만날 수 있는 서포리 해수욕장과 덕적군도의 크고 작은 섬이 한눈에 들어오고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비조봉은 여름이 아닌 이 가을이 더 좋다.
 

덕적도에 가기 위한 승선권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하나 자동차는 선착순이라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방아다리 선착장으로 향했다. 어느새 길게 이어진 줄에 차를 세우고 곧 만나게 될 덕적도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콩닥 인다.

 


한 시간 반쯤 지나 도착한 덕적 바다역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선착장에서 해삼 멍게라도 한 접시 먹으려 했으나 주말이 아니어서인지 가게문을 연 곳이 별로 없다. 유유히 도로를 따라 달리던 우리가 처음 멈춘 곳은 바닷가를 배경으로 우거진 소나무가 아름다운 초등학교 앞이다. 그 모습이 아름다워 기웃거리는 우리의 수상한 행동은 

당장에 제지를 당하고 만다. 소나무 아래 약을 뿌려 뱀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말을 믿어야 하는 건지...


초등학교 송림


서포리 해수욕장 송림


그리고 이어지는 소나무 숲 사이로 깨끗하게 꾸며놓은 곳이 그 유명한 서포리 해수욕장이다. 빽빽한 소나무 숲 너머 피서객이 없는 넓디넓은 백사장은 온통 우리 것이다.  관리인도 없는 캠핑장에는 우리 말고 낚시 나온 어르신 한 분이 계셔서 그나마 다행이다.



캠핑장
물 빠진 갯벌



진리 선착장에서 북으로 약 8킬로미터 정도 가다 보면 외로운 봉우리 위로 자라난 소나무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소재 해변을 만나게 된다. 섬 옆으로 다소곳하게 얼굴을 내민 모습이 아름다워 멋진 해변과 함께  사진에 담아본다. 해변에는 제주의 돌처럼 구멍은 뚫리지 않았으나 검은 돌 투성이다.



바람마을 쪽으로 더 들어가서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곳이 능동자갈마당이다. 모래가 아닌 크고 작은 자갈로 가득한 해변 오른쪽 끝에 낙타 한 마리가 앉아 있는 듯한 기암괴석이 보인다. 낙타 뒤쪽에 숨겨져 있는 각종 기암괴석이 더 볼만하므로 꼭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좋다.

 





덕적 소야교가 놓이면서 다리 하나만 건너면 소야도다. 북적이는 덕적도와 달리 평온하고 작은 소야도에는 벽화 마을도 있고 정겨운 마을 풍경이 마치 어릴 적 외가를 찾아온 듯 하다. 


소야리의 벽화마을


천천히 마을을 돌다가 만난 작은 트럭 앞에는 허리도 펴지 못하는 할머니 네댓 명이 몰려있다. 궁금하여 다가가 보니 이동식 마트다. 없는 것이 없다. 튀김가루, 계란, 과일 무엇을 주문해도 어디선가 불쑥불쑥 눈 앞에 나타난다. 신기하고 재미있어 한참을 구경하던 우리도 살거리를 찾아냈다. 조리된 내장탕과 선짓국 그리고 포도 한 상자까지. 가뿐하게 두 끼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섬 물가가 비싸기도 하거니와 원하는 식재료를 사기가 어려웠던 우리는 땡잡은 기분이다.


소야도의 모세의 기적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떼뿌리 해변 역시 아름다운 백사장을 자랑한다. 이곳은 물놀이뿐만 아니라 조개 숭어도 많이 잡힌다더니 이 가을 서포리보다 많은 캠핑객이 있다..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비상한다는 비조봉은 낙조로 유명한 곳이므로 저녁 시간에 오르는 것이 좋다. 적송림과 울창한 풀숲을 헤치고 올라가서 만나는 정상에서는 크고 작은 덕적 군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우리의 서해바다, 그리고 그 아래로 떨어지는 해를 본 사람은 한동안 그 감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조봉 오르는 길


비조봉 오르는 길에서 왼쪽으로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면 만나는 운주봉



비조봉에서 바라보는 소야도





일몰 후에는 부지런히 손전등을 들고 내려와야만 한다. 산 중턱까지는 웬만한 차가 들어갈 정도로 넓지만 정상 부근에는 돌길이라 조심해야 한다. 운이 좋으면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반딧불도 만날 수 있다.


자연 속에 만든 우리들의 아늑한 휴식처에서 맞는 저녁은 정말로 특별했다. 가을벌레들의 소삭 거림과 간간이 들려오는 파도소리에 피곤했던 우리는 어느새 달콤한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타닥타닥 텐트를 때리는 빗방울 소리까지 들었던 것 같다. 


덕적소야교에서의 일출


눈부신 햇살에 눈을 뜬 우리는 소나무 숲길로 아침 산책을 나간다. 밤비로 촉촉해진 나무들의 청량감이 듬뿍 전해져 온다. 피톤치드 탓인지 몸과 마음까지도 상쾌하다. 밤새 텐트를 친 가족이 하나 더 있었다. 아이 둘과 같이 온 젊은 부부는 바다로 가는 작은 물길 앞에서 낚시를 하고 있다. 계속 아이들이 박수를 치며 아빠가 건져 올린 망둥이를 담고 있다. 별다른 낚시 장비도 없어 보이건만 물고기가 많은가 보다.



덕적도에는 일반코스부터 MTB 산악코스까지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어 자전거를 타고 섬 한 바퀴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인천에서 배로 한 시간 가서 만날 수 있는 덕적도의 한적한 바다 모습과 송림이 무성한 산책길, 물 빠진 해안 모습, 비조봉에서 내려다보는 서해바다의 아름다운 풍경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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