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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10. 2018

늦가을의 정취에 빠진 날

송호 국민관광지 강선대  반야사 민주지산 자연휴양림 도마령 월류봉

오색 찬란한 단풍잎에 눈이 호강한 지 열흘도 안되어 무수히 쌓이고 있는 낙엽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바쁘다.

계속해서 들어오는 미세 먼지 경고 메시지도, 비가 하루 종일 내린다는 일기예보도 나의 발길을 잡지 못했다. 

버스 창밖의 희뿌연 안개 사이로 보이는 황홀한 농촌 풍경에 몇 번이나 버스를 세우고 싶었던지.....

빠르게 스쳐가는 장면들 만이 가슴에 남았다. 


숲 내음 물씬 풍기는 노송 숲과 강줄기 따라 단풍이 아름다운 송호 국민관광지를 찾았다. 백 년 이상 된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산림욕장의 웅장한 분위기에 심취되어 사뿐사뿐 걸어간다. 비 때문인지 유난히 솔향기가 강하다.


송호리 송림


날씨가 추워져 광합성을 못하여 영양분이 차단되면 녹색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던 다른 색소가 보이게 되는데 그것이  단풍이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열매 맺가을이면 아름답게 떨어지는 낙엽들. 그들은 심하게 아파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황홀한 모습에 넋을 잃고 만다. 수북이 쌓인 오색찬란한 낙엽처럼 우리네 인생도 아름답게 보였으좋으련만...

강가에 심어놓은 느티나무가 터널이 되고 나무의자 아래에는 바람결에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수북히 쌓인 낙엽이 포근하게 보인다


금강 옆 가로수 길
연안 부사였던 박응종이 관직을 사직하고 낙향하여 강 언덕위에 정자를 짓고  후학에 힘쓰며 시간을 보낸 곳이다. 처음에 만취당이라 부르다가 후손들이 여의정이라 개명하였다.


일몰이 아름다운 강선대는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한 곳이요, 승천하려던 용이 선녀가 목욕하는 것에 반하여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졌다는 용암은 강 한가운데에 있다.  선녀와 나무꾼의 이야기가 용으로 변해있다. 


용섬

양산팔경 중 가장 아름답다는 강선대는 기암괴석 위에 멋들어진 소나무와 함께 금강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 서있다. 조선의 이안눌과 임제의 시가 정자 안에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선비들이 풍류를 즐겼던 곳임을 알 수 있다.


강선대
다리 위에서 바라다 본 강선대


여름철에는 많은 행락객으로 붐볐겠으나 썰렁한 가을날 한적한 숲에서 느끼는 만추의 비경이 너무나 좋다.


산 위 도로에서 버스를 세우고 바라본 도마령의  24굽이길


백화산에서 흘러내리는 큰 물줄기가 태극문양으로 산허리를 감아 돌면서 연꽃 모양의 지형을 이루는 곳에 반야사가 있다. 절 입구에서 바라보는 백화산에는 호랑이 모양이 선명하게 보인다.  산꼭대기 절벽에서 떨어져 내린 돌멩이가 쌓여 식물이 자라지 않는 땅이 되었는데 그 모양이 동물형상을 하고 있다. 문수보살을 모시는 절에서는 문수보살이 타고 다녔던 사자라 하고 사람들은 호랑이라 하는데 길게 하늘로 올라간 꼬리까지도 선명하다. 


반야사 들어가는 길 왼쪽으로 석천이 흐르고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반영이 비친 석천 




일주문 아래로 강을 건널 수 있는 징검다리


법당 위로 선명하게 호랑이 형태가 보인다

아미타불을 모시고 있는 극락전은 반야사 경내에서 가장 오래된 불전이라 한다. 원래 대웅전이었다는 법당이 그다지 크지 않고 아담하기까지 하다.


원래 대웅전자리 였기에 앞에 삼층석탑이 있다. 여름이면 앞의 배롱나무가 붉게 물들어 더욱 아름답다 한다.



신라말과 고려 초기에 유행했던 단층 기단형 삼층 석탑은 보기 드물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다.



낙엽 쌓인 오솔길을 잠시 걸은 후 만나게 되는 넓은 강가 앞에서 나도 모르게 함성을 지르게 된다. 강이름이 무엇이냐 묻자 냇가라고 대답하시는 스님, 시내라고 하기에는 너무 넓고 멋지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문수보살을 모셨다는 문수전이 있다.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백화산 계곡의 모습이 천하절경이라

하니 높이가 상당한 돌계단을 올라본다.


문수전 가는 길


문수전 아래 석천




석천에서 올려다 본 문수전


정상에 오르자 숨을 고를 틈도 없이 펼쳐진 백화산 계곡에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오메가 모양으로 돌아가는 물줄기와 중간중간에 피어있는 안개로 아련한 산세의 모습은 정말로 천하절경이다. 줄곧 내리는 비를 원망하며 왔건만 비 덕분에 이렇게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문수전 오른쪽


문수전 왼쪽


삼도봉에서 각호산까지 4개 봉우리를 지나는 민주지산(해발 1,241.7미터)은 원시림과 같은 자연미를 가지고 있어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코스라 한다. 산행은 엄두도 낼 수 없기에 해발 700 미터 고도에 있는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에 숙소를 정했다. 

울창한 자연 속 별장에서 보낸 하룻밤은 도심 속 공해를 날려버리고 종일 빗속을 헤매고 다닌 몸을 편히 쉬게 할 수 있었다. 모처럼 따뜻한 구들장에 몸을 지지고 나니 여행의 피로가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특히 아침에 눈을 뜨고 커튼을 열었을 때, 민주지산이 통째로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와우~~


숙소 가는 길


아스팔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


귀경길에 들른 월류봉 앞에는 많은 등산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종일 내리는 가을비 속에 우산을 내내 들고 다녀야 했던 영동 나들이는 한동안 나의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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