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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11. 2019

트로이의 목마 앞에서

유적지라고 하기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트로이, 짝퉁 같은 목마만이 덩그러니 서있다. 기원전 3600년부터 기원후 1500년까지 무려 5000년 동안의 흔적 지는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었다. 무려 9개의 도시 유적이 뒤엉켜있는 곳이다.

트로이는 역사상 여섯 번째의 도시였고 그 후로 로마제국으로, 오스만 제국으로 변했다가  다시 신도시 건설로 대리석 기둥과 아름다운 돌들을 가져간 뒤에는 흙더미만 남게 된 곳이다. 1923년 터키공화국이 수립되면서 그리스계 주민들이 모두 본국으로 돌아감에 따라 트로이를 둘러싼 전쟁은 모두 끝이 났다.






유럽인의 정신과 사상의 원류가 되는 그리스 최고의 대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역작 '일리아스'는 10년간 진행된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51일을 그린 것이다.  스파르타의 탐욕스러운 미케네 왕 아가멤논은 진작부터 트로이를 삼키고 싶어 하다가 헥토르의 동생 파리스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사랑에 빠지게 되자 전쟁을 일으켰다.


아킬레우스는 본인이 전쟁에 나가면 이기게 된다는 것을 알지만 결국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전쟁에 나가지 않겠다고 피하기만 하지만 자신으로 변장한 친구 파트로 클로스가 주검으로 돌아오자 헥토르를 죽이겠다고 득달 같이 달려 나가게 된다.  아킬레우스의 부름에 나갈 수밖에 없던 헥토르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기고 아킬레우스의 전차 뒤에 매달리게 된다. 자식의 비참한 죽음을 눈앞에서 봐야 했던 헥토르의 아버지는 시신이나마 돌려받기 위하여 자신의 아들을 죽인 적장의 손에 입을 맞추며 애원한다.


유럽인들은 '일리아스'를 읽으며 이곳이 그들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며 아킬레우스의 강인함과 헥토르의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자신들의 뿌리라고 생각하며 찾는다 한다.



10년이나 이어진 그리스의 공격에도 성은 끄떡없었고 헥토르의 비장한 죽음으로 병사들은 더욱 똘똘 뭉치게 되자 그리스는 묘안을 짜내었다.  아테나 신전을 훼손한 것에 대하여 사죄하기 위하여 만들었다며 병사들을 가득 실은 커다란 목마를 선사 한다. 의심하지 않고 안으로 들인 목마에서 나온 병사들은 성문을 열었고 그리스 군대가 물밀듯 들어가게 되니 난공불락의 트로이 성은 드디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어디쯤이 성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돌무더기와 잡초 사이를 걸으며 '일리아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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