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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r 02. 2019

앗 실수!

"어머 머머 나 지금 뭐했니?"

"왜 엄마?"


멍하니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건너편 상행 에스카레이터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기쁜 마음에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고 상대편도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열심히 기억을 더듬다가는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녀는 빵집의 손님도 아니었고, 큰 딸 작은 딸 친구 엄마도 아니었으며, 나의 학교친구도 구 직장동료도 아니었다.  그녀는 지난해 몇 년이나  몸 담았던 사진 동호회를  나오게 한 가슴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이건만 나는 반갑게 손을 흔들어 준 것이다.

"미쳤어 미쳤어"



사진전 사진 취합을 하던 중 나는 건방지게(?) 그녀에게 전화로 그녀의 사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그 후  일주일이 지났을까 막무가내로 전화를 한 그녀는

"내 남편은 사장이고 내 아들은 현대자동차 다니고 있어. 나는 네가 함부로 할 사람이 아니야. 너,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거야"

하며 방방 뛰는 그녀에게 나는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친한 언니라고 생각하여 무심코 던진 말에 그녀는 상처를 받았나 보다. 그렇다고 뒤에서 남들에게 흉을 본 것도 아니고 사진이 흔들려 초점이 안 맞은 것 아니냐고 한 말이 그렇게도 그녀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나 보다. 그 뒤로 내 머릿속에 맴도는 말이라고는 '명예훼손죄'라는 말과 함께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수년간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함께 하였기에 나는 동호회 사람들과 꽤나 친하다고 착각했다. 사진 찍으러만 가면 정신줄을 놓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녔기에 같이 한 사람들이 더없이 좋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점차 사진에 대한 정열까지도 식어가고 사진 찍는 사람들이 싫어진다.


마지막 사진전 개막식날 에는 어떤 이가 케이크 컷팅 장면을 찍고 있는 내 카메라 앞으로 무작정 끼어 들어왔다.

"어머 이런 법이 어딨어?"라고 말하는 나에게

"잠시 뒤에 찍으면 되지 싸가지가 없어"

나는 그 싸가지라는 말을 들으며 그 동호회와는 영원히 작별을 고하였다.


이 씁쓸한 기억은 다 잊었다고 생각했건만 아직도 가끔 나의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다. 얼결에 손을 흔든 그녀도 나와 같은 심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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