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May 28. 2019

이승이 오름에서 만나는 제주

수악길, 신례리 공동목장

이승이 오름을 찾은 것은 제주의 중산간 푸른 밭에 자유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가 보고 싶어서였다. 내비게이션에 이승이 탐방 휴게소라고 치고 가서 길 건너편 입구부터 오르면 된다. 길지 않은 여정이기에 운동량이 필요한 사람은 휴게소에 차를 주차하고 오르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오름 입구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된다.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는 소를 본 적은 있는데 찔레 꽃밭에 있는 소를 본 것은 처음이다. 오름 입구에 들어서자 많은 소들이 가시가 따갑지도 않은지 찔레 꽃잎을 뜯어먹고 있다. 남들은 소가 순하다고 하나 낯선 이방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소를 바라볼 때면 항상 가슴이 두근거린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이동하기 시작한 소떼들. 음메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건만 어느새 소들은

줄지어 산 너머로 가기 시작한다. 아마도 리드하는 왕초가 있나 보다.




며칠 전만 해도 베지 않았던 풀들은 건초가 되어 목장으로 옮겨지고 있다.


신례리의 넓은 초원은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신례리 공동 목장이다. 조선시대부터 국영 목장으로 운영되던 문화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한다. 한참을 차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넓은 초원의 주인은 소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의 모습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벤치가 보이고 안내판이 있는 곳이 오름 입구다. 



어울리지 않게 나타난 아스팔트 길이 못마땅했으나 곧 제주의 특징인 곶자왈 숲과 함께 붉은 화산송이 길을 만날 수 있다.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하늘이 보이지 않고 어디에선가 울어대는 새소리와 발아래에서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만이 귓가에 들려왔다.



20분이면 오른다는 이승이 오름 정상이 아닌 40분이 걸린다는 순환코스로 향한다. 이곳은 한라산 둘레길인  수악길과도 겹쳐진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삼나무 숲길은 사려니 숲길에서 만나는 그 숲과 분위기가 같으나 평지가 아닌 경사길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들이 빼곡한 숲길을 혼자 걷기가  두려울 정도다. 둘레길이라 평지로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의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표지판에 이승이 오름과 이승악 오름으로 표기가 되어 있는데 이승악은 이승이의 한자어라 한다. 




가쁜 숨을 몰아쉴 때쯤 희귀한 나무들이 나타났다. 여기저기 길 위에 방치된 커다란 화산암을 껴안듯이 안고 땅으로 뿌리를 내린  모습이 앙코르왓 유적에서 유적지를 붕괴해가는 나무를 연상케 했다. 하필이면 돌 위에 뿌리를 내려 이렇게 희귀한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주변에는 많은 나무들이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우리 앞을 바람처럼 지나가는 동물, 노루다. 이곳에도 노루가 살고 있다.




오름의 서편 능선 하단부에는 반지하식의 석축묘로 반원형을 띠는 숯가마터가 남아있다. 낙엽이 두껍게 쌓여 있어 바닥면이 보이지는 않으나 낙엽을 걷어내면 당시 구웠던 숯을 확인할 수 있다 한다.


숯가마터가 이끼로 뒤덮여 있다(좌)


순환로에서 보이지는 않으나 일본군이 파놓은 갱도 진 지가 이곳에도 두 개나 있다 한다.  제주도 구석구석에 남아있는 그들의 흔적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얼마 후 나타나는 2코스는 다양한 수목들의 군락지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하나 다음을 기약한다.



'해그문이소'라는 팻말을 따라 들어가면 작은 폭포를 만날 수 있다.  물이 없어 떨어지는 폭포수까지는 볼 수 없었으나 깎아지른 절벽과 검푸른 물이 내는 분위기가 우리를 압도한다. 해그문이소라는 말은 나무가 울창하고 하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밝은 대낮에도 해를 볼 수 없는 곳을 뜻한다.  



어두운 숲터널을 빠져나오자 하늘이 보이고 아스팔트 길이 나타나며 순환코스가 끝난다. 길지 않은 숲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수목들의 모습에 지루할 틈이 없는 코스다.  오름 입구의 목가적인 분위기와 삼나무 숲길을 오르며 가진 힐링의 시간이 특히나 좋았다.



이승이 오름 정상을 나는 까마귀들







매거진의 이전글 강정천과 법환포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