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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09. 2019

지금 가파도는

제주 남서쪽 운진항에는 또 다른 섬으로 여행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엿장수의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춰 즉석 춤판이 벌어지는 가운데 출발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잔뜩 들뜬 내 마음은 어느새 가파도에 가있다.



마라도 가까이 가오리를 닮은 섬이 가파도다. 청보리 축제가 끝났음에도 주말이라 그런지 여객선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배가 출발하자 산방산과 크고 작은 오름들이 서서히 멀어져 간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가파도에 도착!

청보리가 아닌 황금보리라도 조금은 남아있겠지?



그러나 선착장을 지나 마을 입구 식당 앞에서 만난 아주머니는 나와 카메라를  번갈아 보더니

"보리 하나도 없어! 전망대만 갔다 와서 술이나 한 잔 하고 가~" 

에고 늦어도 너무 늦었구나... 

갑자기 다리가 풀렸다.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수줍게 나를 맞아주는 것은 다육이였다.  귀엽게도 방수 실장갑에 넣어진 채 돌담을 장식하고 있다.




가파도의 이름난 예술가가 살고 있다는 집은 특이하게도 소라와 전복 껍데기가 돌담을 장식하고 바닥은 몽돌이다.


청보리 축제가 끝난 벌판은 썰렁했다. 초록 보리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흔들렸을 모습을 상상하니 더욱 아쉬운 마음뿐이다. 가파도는 보리를 수확하는 시기에는 보리 방학도 있다는데... 



마을 주민들이 판 상동 우물이다.  150여 년 전에는 이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많았으나 하동에 공동 우물과 빨래터를 신설한 후로는 하동으로 옮겨갔다 한다. 제주도 유인도 중 물 걱정이 없는 유일한 마을이다.



가파도에서 제일 높은 위치(해발 20.5 미터)에 2.5 미터의 높이로 설치한 소망 전망대다. 예부터 한라산을 향해 설문대 할머니에게 소망을 기원하였다 한다.


소망 전망대



게르 모양의 천막에서 소원지를 쓰고 각자의 소망을 빌며  곳곳에 매달아 놓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제주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라도


외사촌끼리 귀여운 티를 입고 여행 왔다는 여학생들의 우애가 부럽다



대원사 뜰에  만발한 꽃들이 계절을 알려준다


가파도에는 보리 도정공장이!


유난히 넓은 운동장을 가진 가파도 초등학교의 학생은 몇 명이려나?


고인돌로 추정된다는 거석들


주말인데도 축제가 끝나서인지 티켓팅을 하고 간 짬뽕집도 카페도 휴업 중이다


가파도의 감태는 미역과의 갈조류라 천연 염색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한다


마라도에서는 짜장면을, 가파도에서는 해물 짬뽕을 먹는다. 큰 소라 하나가 풍덩 빠진 해산물의 푸짐한 양에 놀라고 또 그 시원한 국물 맛에 놀란다. 보리쌀 막걸리 한 잔까지 추가한다면 그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가파도행 여객선은 왕복으로 끊게 되는데 나올 시간이 2시간 혹은 3시간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고려해서 끊어야 한다. 식사 시간까지 고려한 후 시간을 조절하여 섬 한 바퀴를 돌거나 마을길을 돈다. 어렸을 적 추억에 젖어 어르신들께서는 보리빵을 사서 드시는데  독특한 보리향 가득한 보리빵도 먹고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도 들으며 걷다 보면 금세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도로가 잘 되어 있으니 선착장 바로 앞에서 자전거를 빌려 자전거를 타고 도는 것도 좋다.  






다음에는 꼭 푸른 청보리 물결이 춤추는 길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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