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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11. 2019

한라산 철쭉제는 지났어도!

한라산 철쭉, 1100 고지

많은 사람으로 붐빌 것 같아 한라산 철쭉제를 피해 1주일 늦게 찾았으나 사람이 붐비기는 마찬가지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인지 영실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4,5 월에는 털진달래가, 이번에는 철쭉이 한라산을 붉게 물들일 텐데 어느 정도 남아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수도 없는 나무 계단을 오르며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내는 탁 트인 바다와 크고 작은 오름들 또 시내 전경에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다.



제주의 날씨는 정말 카멜레온 같다. 어제 내린 비로 맑은 하늘을 보고 올랐건만 오백 나한과 병풍바위 근처에 오르자 갑자기 어디에선가  몰려온 구름에 휩싸여  한 치 앞도 보이질 않는다. 우리는 그곳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 기다림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구름이 걷히자 오백나한과 병풍바위는 언제나처럼 한라산 정상 아래 장엄하게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설문대 할망이 솥에 빠져 죽은 것을 슬퍼하던 오백명의 아들들이 죽어 영실기암이 되었다는 오백 나한은 거리가 있어서인지 장군의 모습처럼 웅장 하다기보다는 각자의 매력을 과시하며 누가 더 아름다운지 경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 넓은 지역에 깔려있는 조릿대 사이로 용케도 불긋불긋 피어난 철쭉들이  높고 둥근 한라산 봉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받쳐준다. 한라산이 높기는 높은가 보다. 한라산 아래쪽이나 육지 대부분의 철쭉꽃은 져버린 지 오래이건만 이곳은 아직도 봄꽃을 볼 수 있다. 이 환상적인 모습을 보기 위하여 배를 타고 또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한라산까지 찾아오는 것이다.





질긴 생명력으로 넓어져가는 조릿대가 몇 년 안에 철쭉밭을 다 없애버리는 것은 아닐지...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비록 라면과 김밥이지만 윗세오름에서 먹는 점심은 완전 꿀맛이다. 주위에서 맴도는 까마귀를 벗 삼아 휴식을 취하다 보니 옛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도 라면을 먹었던 것 같다. 우리에게 제주도 예찬을 하시며 퇴직 후 제주도가 너무 좋아 내려와 산다며 행복해하는 그들을 보고 우리도 과감하게 재작년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실행했었다. 그리고 또다시 내려온 제주살이,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


다시 남벽분기점으로 출발!



철쭉 꽃밭은 끝없이 펼쳐졌다.







한라산 산행이 어려운 사람은 1100 고지에 가도 철쭉꽃을 볼 수 있다. 한라산 1100 미터 고원에 형성된 산지 습지는 멸종위기의 야생동물 및 지질 등 보전할 가치가 있어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된 곳이다.



짧은 산책길에서 만나는 돌과 나무 만으로도 제주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어머니의 병환을 치료하고자 사슴을 찾아 나선 젊은이는 한라산 정상 가까이까지 헤매다가 드디어 하얀 사슴을 만나 활시위를 당기려다 한라산의 신선에게 제지를 당했다. 하는 수 없이 정상의 연못물을 가져다 어머니께 드리자 어머니의 병환이 깨끗하게 나았다. 그 후부터 그 연못은 백록담이라 불리게 되었다.

라는 백록담의 전설도 음미해보고 고 고상돈의 기념비도 볼 수 있다.



오늘의 일정이 쉽지 않았다고 두 다리가 아우성치고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이미 지나가버린 봄의 끄트머리를 놓지 않으려고 분홍 잔치를 만끽하고 온 하루다. 아쉬운 마음에 몇 번이나 돌아보았는지...

내년에는 좀 더 일찍 올라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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