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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7. 2019

메밀꽃은 가을에!

오라동, 보롬 왓

지난 9월 제주여행에서 만난 풍경 중 으뜸은 메밀밭이었다. 초록 풀밭에 팝콘을 뿌려놓은 듯 하얗게 피어난 메밀꽃 앞에 있으면 농부가 아니라도 가슴 가득 기쁨이 몰려온다. 이번 제주 여행에도 빠지지 않고 들른 곳이 오라동이다.



2 년 전에는 무료로 운영되었는데 작년에는 천 원, 올해는 이천 원까지 입장료를 받고 있다. 툴툴거리며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메밀꽃에 대한 기대감에 가슴이 설레었다. 우리를 처음 반긴 것은 메밀이 아니라 귀리였다.



지난 6월, 비록 키가 작긴 하나 바람 따라 하늘거리는 작고 하얀 메밀꽃들을 볼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메밀밭 너머로 바다가 또 한라산이 보이는 이곳에 가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넓어지고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춤을 추듯 그 안을 헤집고 다녀도,  풍덩 내 몸을 던져도 메밀꽃이 포근하게 감싸 줄 것 만 같다.




서울에 올라오기 전에 더 자란 모습을 담아오리라 다시 찾았으나 어느새 수확을 끝냈는지 누런 밭만 보고 왔다. 그 멋진 모습은 가을이 되어야 다시 볼 수 있겠다.



제주도 어디에 가나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실컷 볼 수 있기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테마파크는 잘 안 가는 편이지만 특이하게 보라 유채와 삼색 버드나무가 있다 하여 지난 5월 찾았던 곳이 서귀포 표선에 있는 보롬 왓이다. 




실내 정원에는 독특한 수염 틸란드시아와 행잉 식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수염 틸란드시아를 배경으로 멋진 인생 샷을 담으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수염 틸란드시아



행잉플랜트


하얀 메밀밭에 유난히 시선을 끈 것은 무지갯빛 깡통 열차다.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깡통 열차에 몸을 싫고 넓은 메밀밭 사이를 달리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깡통 열차 



그리고 만난 보라 유채와 보리는 이미 때가 지났고 라벤다는 너무 일렀다.  모든 것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나의 욕심이었다.


보라 유채


 늦게 가서 유채꽃이 조금 시들었다



보리와 라벤다


오라동만큼 넓지는 않으나 꽤나 넓은 메밀꽃 밭이 있다. 오름 아래쪽 왕따 나무가 더 멋지게 보이는 것은 하얀 메밀꽃들 덕분이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멋졌던 날 삼색 버드나무도 처음 보았다. 


포토 스폿 




네비가 없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나는 서귀포에서 출발하여 네비가 가리키는 대로 1131번 도로를 타고 또 516 도로를 타고 가서야 보롬 왓에 도착했다. 성판악 가는 길이기도 한 1131번 도로는 신호등도 없고 푸른 숲길이 지그재그로 이어지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특히 하늘이 보이지 않게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숲터널을 지날 때는 분위기 있는 음악을 크게 틀고 최대한 속도를 낮추며 숲을 음미하며 지난다.




탐스러운 메밀꽃을 보기를 원한다면 9 월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카멜레온 같은 제주 날씨와 지역별 꽃 소식에 대한 예보가 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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