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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08. 2019

천국에 사는 제주의 소와 말


내가 태어나고 자란 서울도 이렇게 다녀보지 않았건만 지난 석 달 동안 제주도 구석구석까지를 돌아보았다. 바닷가 주상절리 앞에서 경이로운 모습에 탄성을 지르고, 정글 같은 곶자왈 안에 들어가서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오름 입구를 찾느라 잘못 들어선 돌밭 길을 운전하느라 가슴이 오그라지기까지 정말 다사다난했다.



그날 아침 기분에 따라 목적지를 정하고 집을 나오면 같은 해안도로나 중산간도로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다녀야 했다. 그 길가에서 매번 봐도 싫지 않았던 장면이 목초지에서 말이나 소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이다. 




처음 이승이 오름을 오르다 찔레꽃 밭에 있는 소떼를 보고 나서는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목장에 들렀다. 그러던 어느 날 쥔장을 만나 목장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던 녀석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우리가 무섭지도 않은지 떼를 지어 성큼성큼 우리 앞으로 다가왔고 놀라 뒷걸음친 것은 바로 나였다. 한참을 촬영만 하는 우리를 보고는 별일 없다는 듯이 유유히 등을 돌리고 돌아가는 녀석들은 자기네가 이 땅의 주인인 줄 아나보다. 







영주산에서 풍차를 배경으로 여유롭게 풀을 뜯던 소들의 모습도 잊을 수가 없다.




화순 곶자왈에서 만난 소들은 또 아주 자유분방했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휘젓고 다니는가 하면 곶자왈 안 사람들의 산책로를 차지하고는 비켜주지를 않는다.  제주에 사는 소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 




소들이 차지하고 있는 오름과 달리 길가 넓은 목초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말이다. 그것도 많은 말들을 볼 수 있던 곳은 마 방목지뿐이고  겨우 두세 마리가 그 넓은 목초지에서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다.  그 모습이 좋아 차를 세우고 달려가면 소와 달리 말들은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딴청을 부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의문점이 생겼다.  제주도 대중 음식점의 반 이상(?)이 돼지요리인데 돼지를 본 것이라고는 민속마을의 돗통시나 휴애리의 흑돼지쇼 할 때뿐이었다. 그 많은 돼지들은 어디에서 자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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