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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26. 2019

백담사 vs 상원사

연일 들려오는 단풍 소식에 달려간 곳이 설악산 백담사. 아침 안개와 오색 단풍으로 고즈넉했던 절은 아주 화려하게 단장했다.  깊은 설악산 자락에 자리 잡았던 절의 목조건물은 오랜 세월 동안 불에 타고 재건되기를 반복하였다.  1915년에 발생한 겨울의 대화재는 또다시  불상과 탱화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운흥사 심흥사 선구사 등으로 개명되었던 절은 1783년 정조 때부터 백담사가 부르게 되었는데 이는  설악산 대청봉부터 시작된 19 킬로미터나 되는 기나긴 물줄기가 곳곳에 크고 작은 담이 이뤄졌는데 그 수가  백개가 되는 지점이라 하여 '백담사'라 했다.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백담계곡에 소원을 빌며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비가 와서 쓸려가면 쌓고 다시 쓸려가면 또 쌓고. 그렇게 쌓인 돌탑은 지금도 다리 아래로 빼곡하다. 백담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다. 다채롭게 물들어 가는 나뭇잎들의 색채의 향연에 지지 않으려는 듯 등산객들의 복장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시인이자 승려였고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이 수도를 하며 여러 작품을 남겼던 백담사는 만해 선생의 자료를 모아놓은 만해기념관도 있어 찾는 이 들로 하여금 그를 다시 회상하게 한다.



영시암을 거쳐 봉정암을 지나 대청봉까지 오르는 길은 결코 짧지 않지만 여러 코스 중 가장 경사가 완만하고 맑은 계곡물과 아름다운 산세를 보며 오를 수 있어 좋다. 발끝에 차이는 돌이 많기는 하나 폭포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길로 되어있어 쉬엄쉬엄 단풍 구경하며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폭포를 만나면서부터는 그 경사가 상당하다. 봉정암에 기도하러 가는 사람과  대청봉 등반을 하려는 사람은 이 깔딱 고개를 넘어 본격적인 산행을 해야만 한다.





'신 증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동쪽이 만월봉, 남쪽이 기린봉, 서쪽이 장령봉 북쪽이 상왕봉 가운데가 지로봉 이렇게  다섯 봉우리가 고리처럼 벌려섰고 크기가 고른 까닭에 오대라 불렀다는 강원도의 명산 오대산에는 상원사와 월정사가 있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부터 시작된 선재길은 상원사까지 9 킬로미터나 된다.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문수보살의 뜻과 선지식을 찾아다니던 선재동자의 이름을 딴 선재길. 하늘을 찌를 듯 자란 전나무를 올려다보며 자만심에 부풀었던 나의 존재를 깨달아 보고 상처 받고 지쳤던 마음은 잔잔한 계곡의 물소리에 날려버리고 화려한 단풍을 보며 눈과 마음에 좋은 기운을 가득 담아본다.





오대산 중대에 있는 상원사까지는 다행(?) 히도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 높은 계단 위에 있는 상원사로 오르는 길이 '번뇌가 사라지는 길'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연결된 돌계단의 경사는 오로지 걷는 일에 집중해야 하기에 번뇌 따위가 남아 있을 수가 없다.







아름다운 산과 깊은 골짜기에는 으레 멋진 산사가 자리하고 있다. 불자가 아니라도 이 아름다운 계절 늦지 않게 찾아가 힐링하고 오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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