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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Dec 31. 2019

지금 순천만은?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차가운 요즘 겨울 여행지로는 순천만이 최고다. 끝없는 벌판에서 흔들리고 있는 은빛 갈대와 추위를 피해 시베리아 북만주 쪽에서 날아온 철새들을 볼 수 있고 순천만의 S자 물길을 붉게 물들이는 해넘이의 장엄한 모습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보는것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라 관광객이 많지 않은 덕분(?)에 넓디넓은 갈대밭은 온전히 우리 차지다. 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는 갈대들의 조용한 울림에 귀 기울이며 데크를 따라 천천히 갈대밭 한가운데로 들어간다. 한여름 파랗게 피어날 때의 모습 못지않게 아름답게 빛나는 갈대의 물결은 사이다를 마신 듯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여름이라면 땡볕이었을 테지만 오늘의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마저 세지 않아 좋다.



수상한 두 사람의 뒷모습에 "맞다 짱뚱어!" 우리도 그들을 따라 갈대 아래의 진득한 갯벌을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철이 지난 탓인지 온 몸에 진흙범벅을 한 짱뚱어는 한 마리도 보지를 못했다. 그때  갈대숲 너머에 있는 수많은 새들이 보였다.

"세상에 저게 다 새야?"




많은 철새와 오리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고자 생태선에 올랐다. 10월 말부터 오기 시작했다는 철새 중 가장 많은 것이 흑두루미란다. 생태선이 가까이 가면 우르르 떠오르는 새들의 움직임에 우리 모두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해설사는 아마도 새 전문가인가 보다.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보고도 그 새가 무엇인지 줄줄 설명을 하였으나 열심히 설명하는 그 말이 제대로 들려오지 않고 오로지 우리는 그 새들을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와 도대체 몇 마리나 될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자 우리는 해넘이를 보기 위하여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다지 높지 않은 산이라 오르기에 어렵지는 않으나 용산 전망대까지 가려면 꽤나 걸어야만 한다.  울창한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홀려 자꾸만 늦춰지는 나 때문에 남편은 연신 시계를 보며 초조해한다. 좀 더 일찍 왔으면 하는 후회와 함께 갯바람 다리 솔바람 다리를 차례로 건너고 동백꽃도 보고,,.  나무 사이로 갯벌이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도착한 용산 전망대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둥근 해가 떨어지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멋진 구름과 함께 갯벌을 점차 붉게 물들여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구불구불 물길이 난 갯벌 위에는 수많은 새들이 날고 있다. 와우~




도시화 산업화로 습지가 줄어들고 산업 폐기물 등으로 철새들의 월동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자 2006년 한국 연안습지 중 최초로 순천만은 람사르협약에 등록하였다. 해양 습지 보호, 전신주 등의 지중화 작업 등 지속적인 정책을 펼치며  탐방객과 근처 주민들에게 습지의 생태적 가치와 기능을 널리 홍보하였다.


순천만은 조수의 영향으로 물과 영양물질이 주기적으로 교환되어 조개 꼬막 등 새들의 먹거리가 많은 데다 넓은 갈대 군락과 칠면초 군락은 새들의 은신처가 되어 주고 있다. 특히 멸종위기에 처한 흑두루미가 많이 온다는데 이들은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면 귀환 본능이 강하여 내년이면  또다시 이곳을 찾는다 한다.





해가 떨어지면 또 급히 발길을 재촉해서 돌아와야 한다. 불빛 하나 없는 용산을 내려와 갈대밭 끝까지 가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 겨울에 이만한 볼거리를 어디에서 찾을까 싶다. 순천만 습지 입장권으로 순천만 국가정원까지 무료로 볼 수 있으니 체력이 된다면 양쪽을 모두 보고 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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