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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10. 2020

미리 가본 눈의 고장 평창

발왕산 케이블카, 이효석 문학의 숲, 무이 예술관

대롱대롱 매달린 단풍잎이 미세한 바람에도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이제 가을도 끝자락 인가보다. 이제 곧 평창은 더 추워지고 눈도 많이 내리겠지?


추운 날씨와 달리 '눈'이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콩닥이고 행복하다. 뽀드득거리는 촉감이 좋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마냥 헤맸기억도, 눈사람에 눈 코와 입을 만들어 붙이던 추억도, 첫눈 오는 날 데이트하자고 약속을 해놓고 눈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시간도 그저 행복한 순간이었다.


하긴 꼭 행복한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내리는 눈으로 체인 하나 없이 올림픽 대로를 주행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은 순간 차가 반 바퀴 도는 바람에 아찔했던 적도 있었고, 빵가게를 할 때는 왜 그렇게도 눈이 많이 내렸는지 또 가게 앞마당은 왜 그렇게도 넓게 느껴졌었는지 눈 치우는 게 고역이었던 적도 있었다. 그래도 '눈'을 떠올리면 지금도 사라져 가는 동심을 자극한다.


그 옛날 스키 열풍이 불었을 때는 나 같은 겁쟁이도 눈의 나라 평창으로 달려가게 했다. 초급자 코스의 리프트에서 내리질 못해 중급자 코스까지 올라갔다가 스키를 어깨에 둘러멘 채 걸어 내려왔던 기억, 리프트가 고장 나는 바람에 그 추운 날 리프트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끔찍한 기억도 어느새 추억이 되었다. 겨우 익힌 스키를 탈 만할 즈음 굉음을 내며 내려오는 보드에 그만 오금이 저려 다시는 찾지 못한 스키장.  애써 마련한 스키 장비는 30 년 가까이 창고만 차지하다 얼마 전 조카의 손으로 넘어갔고 이제 평창은 관광차 찾는 곳이 되었.


사계절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대관령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나 푸른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와 양 떼들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잔잔한 감동을 가져다준다. 2 년 전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여 주목을 받았던 평창, 올해도 눈이 내리기라도 하면 많은 겨울 스포츠 마니아들이 먼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갈 것이다. 더 춥기 전에 평창으로 향했다.



발왕산에도 케이블카가!

"여덟 왕의 묏자리가 있다 해서" 팔왕산으로 "왕이 태어날 기를 가진 산"이라 해서 발왕산이라 불리는 산은

해발 1,458 미터나 되어 우리나라에서 열두 번째로 높다. 그 높은 정상 부근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보행약자도 정상까지 쉽게 올라 발왕산의 정기도 받고 고원 풍경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케이블카로도 20분이나 걸리는 것을 보니 발왕산이 정말 높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완연한 가을 모습으로 단장한 주변의 산과 그 산기슭에 올망졸망 모여 사는 우리네 마을이 살갑게 보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스카이 워크에서는 발왕산과 저 멀리 백두대간까지 훤히 내려다 보였다. 뭉게구름이 바로 눈 앞에 또 높은 산봉우리들이 발아래에 있다. 우려했던 찬바람은 다행히도 잠시 멈춰진 상태라 편안하게 태백산맥의 장엄한 모습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은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와 백두대간으로 떨어지는 해를 모두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부터 정상까지는 발왕수 가든부터 마유목등 독특한 나무를 보며 산책할 수 있는 등산로가 마련되어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산책 삼아 발왕산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바램길은 530 미터의 짧고 평탄한 길이다.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 간다는 주목나무가 제일 앞에서 반겨준다.



포토스폿에서는 인생샷을!



야광나무 속에 마가목 씨가 들어와 싹을 틔워 뿌리를 내린 뒤 서로 양분을 주고받으며 자라고 있다는 세상에서 유일한 나무 마유목. 단순히 뿌리나 줄기가 엉킨 연리지와 달리  뿌리부터 몸통까지 모두 한 몸이 되어 자라고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활처럼 휘어진 갈매나무를 지날 때는 누구나 허리를 굽혀야 하기에 겸손 나무라 한다.



왕을 탄생시키는 생명수인 발왕수는 발왕산 정상 암반 300 미터 아래에서 나온다. 인체 건강에 가장 적합한 ph약 알칼리성의 물로 나트륨이 거의 없으며 뼈를 강화시키고 당뇨에 좋은 작용을 한다고 하니 왕을 탄생시키지는 못할지라도 건강에 좋은 물 한 모금 마셔본다.

 


서울대 정문을 닮았다는 서울대 나무. 이 나무 앞을 지날 때 학부모들은  얼마나 간절하게 자녀의 진학을 위하여 기도 했을까?  특이하게 자란 나무가 신기하고 서울대 나무라고 칭한 사람들의 염원이 느껴진다.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케이블카 등의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 같은 보행 약자들에게는 케이블카는 아주 유익한 시설이다. 덕분에 발왕산의 기도 듬뿍 받고 산 아래 경치도 감상하고 적당한 등산까지 할 수 있어 좋았다.



폐교는 예쁜 카페가 있는 무이 예술관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여 폐교가 된 초등학교가 당진에서는 아미 미술관, 제주에서는 김영갑 갤러리와 자연사랑 갤러리 등으로 변신한 것을 보았는데 평창의 무이 초등학교도 폐교 살리기의 일환으로 문화예술이라는 콘텐츠로 사업을 시작해 20년 채 운영되고 있다.



나무 물결이 선연하게 남아있는 교실과 복도는 미술 전시관이 되어 초대전, 기획전 상설 전시관 등으로 운영되고 운동장에는 150여 점이나 되는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예술품 전시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지쳐있는 사람들을 위한 콘서트 등도 준비하는 등 찾는 이 들에게 충분한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각 지역의 사찰과 사원등을 여행하며 그 지역의 염원과 소원을 담은 토속신앙을 주제로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1 전시관


복도에도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조각품 히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여러장의 드로잉으로 탄생되는 되는 것을 알 수 있는 작업장


30 여 년 메밀꽃을 그려온 정연서 화백의 전시관


소하체를 개발한 서예가  이찬섭의 전시관


실내의 예술품 관람 후 창문만 열면 조각품이 가득한 운동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 하다 보면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과 함께 실려오는 초등학교적 추억이 뇌리를 스친다.


1,2 층의 카페



아, 이승복! 그 이름마저 잊혀 가고 있던 반공소년 이승복의 동상도 있다.  찐한 감정을 깨트린 것은 조각품 사이사이를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한적한 농촌 풍경과 어우러진 무이 예술관의 방문은 독특했고 추억 여행을 다녀온 듯했다.






이효석 문학의 숲

봉평 하면 메밀밭과 이효석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때문일 게다. 봉평에는 이효석 생가를 비롯하여 문학관, 봉평장, 또 이효석의 탄생 100주기를 맞아 대표작을 숲에 담은 문학의 숲까지 온통 이효석이다.



오후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이효석 문학의 숲은 완연한 가을색이다. 해설사 분들의 해설은 이효석에 관한 것이 아니라 나무들에 대한 해설이었다. 나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의 시선은 곳곳에 적어놓은 소설 글귀와 소설에 등장하는 충주집, 물레방아 등으로 향했다.  숲길 산책과 함께 소설 글귀를 읽다 보니 잊힌 소설 한 편이 되살아 났다. 



허생원이 어린 장돌뱅이 동이가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모습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던 충주집과 개울에 빠진 허생원을 일으켜 세우는 동이



공기 좋고 조용한 평창에서의 하루로 몸과 마음이 신선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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