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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02. 2022

감천 문화마을과 흰여울 마을

누리마루 APEC하우스, 해운대, 절영해안산책로

모처럼 서울 시내에 나가면 언제 지어졌는지 모르는 건물들이 새롭게 들어서 있는 것을 본다.  하늘 높게 치솟아 있는 것은 물론이요, 그저 천편일률로 사각형으로 지어졌던  옛 건물들과 달리 희한하게 휘어지고 스카이라인을 멋스럽게 꾸민 초고층 현대식 건물에 놀라곤 한다.



세련되고 이국적인 해운대

부산에서 그런 마천루를 볼 수 있는 곳이 해운대다.  부산 수영구에서 자동차로 광안대교 쪽으로 가다 보면 빽빽하게 들어선 고층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뿐만 아니라 요트 계류장도 있고 아기자기한 백사장과 쪽빛 바다가 잘 어울리는 해운대 해수욕장도 바로 앞이다.  APEC 하우스가 있는 동백섬에서 바라보는 모던한 바다 풍경은 마치 외국인 듯 호쾌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손을 뻗으면 잡힐듯한 오륙도부터 광안대교, 달맞이길까지 조망이 가능한 동백섬


한국의 마추픽추라 하는 감천문화마을

북적이는 부산을 드라이브하다 보면 유난히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눈길을 끈 곳은 부산시 사하구에 있는 감천 문화마을로 무채색 일색의 해운대 쪽의 고층 아파트 단지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산의 산토리니라더니 전망대에서 보는 파스텔 톤의 집들은 마치 장난감 마을 같다. 정겨운 마을 모습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집들은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도록 계단식으로 지어졌고 높은 건물도 없다. 6.25 때부터 형성된 계단식 주거형태는 피난민 등이 살아온 낙후된 달동네로 주민과 지역 예술가들의 힘으로 감천 문화마을로 변신하였다.



동화마을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마 마을 입구에서 본 '어린 왕자' 때문일 것이다. 마을로 사브작 사브작 걸어가 보면 작디작은 집과 겨우 한 사람 정도 지날 수 있는 미로와 같은 길을 만난다. 바로 이곳에서 6.25 때 피난민들이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냈던 것이다.

 "꽁보리밥에 소금을 찍어 먹었다"

 "항상 그 아이의 얼굴은 노랗게 떠 있었다. "

그저 두 문장만으로도 그때의 삶이 얼마나 처절했는지 알 수 있다.  

집들이 예뻐서  꼬불꼬불하게 만들어진 골목길이 그저 신기하기만 해서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만 눌러 대던 나 자신이 창피해지며  한쪽 가슴이 아려왔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일을 찾아 떠나서 빈집이 많아요. 그나마 남아있는 사람들은 집안에 꽁꽁 숨어 있고요"

맞다. 이곳은 아직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다. 마을 위쪽의 상가를 제외하고는 지나쳤던 집에서 인기척을 느껴보질 못했다. 너무 좁은 길을 보며  갑자기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선다.

 '이곳 사람들이 이사 갈 때는 이 좁은 길에서 어떻게 이삿짐을 나르지?'  

 '혹시 불이라도 난다면 소방차는?"


책으로 꾸며진 계단을 오르면 우물이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집(우리 동네 감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미로로 연결되어 있다.


이름도 예쁜 흰여울 마을 산책

남항대교 아래 주차장부터 해안 터널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 길이 절영해안 산책로다. 멀리 수평선 아래 정박 중인 배들이 그려내는 잔잔한 바다 풍경과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항구의 풍경이 신선하다. 싱그러운 바다 내음 맡으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흰여울 해안 터널까지 1킬로미터 가까운 산책길이 짧게만 느껴진다.  길바닥이 시멘트인 것이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길게 물결치듯 그려진 곡선이 인상적이다.


바닷길을 따라 깨끗하게 조성된 절영 산책로는 해안누리길 26코스


흰여울 마을로 올라가는 피아노 계단과 흰여울 해안터널


피아노계단과 파도광장 사이 급경사 계단구간을 이용하기 어려운 노약자를 위해 보행 편의로 만들어 둔 해안 터널


가파른 피아노 계단을 오르면 바로 흰여울 마을이다. 봉래산 기슭에서 여러 갈래의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 눈이 내리 듯 빠른 물살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흰여울 마을이라 했다. 분위기는 감천 문화마을과 비슷하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어디서나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마을 가까이에 태종대가 있다.





좁은 골목길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와 소품 가게들이 있다


흰여울 문화마을은 영화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영화 촬영지이기도 하다.


해운대와 감천 문화마을, 흰여울 마을을 차례로 돌아보니 부산의 과거부터 현재까지를 훑어본 것 같다.  도시 재생이라는 미명 아래 두 마을은 유명세를 타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일단 아름답고 관광객도 늘어 사업 관계자는 성공적이라고 할지 모르나 그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꽤나 불편할 것이다. 마음에 위안이 되는 문화마을을 돌아볼 때는 그들의 일상생활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돌아봐야 할 것 같다. 또 이런 주거지를 오래오래 잘 보존해서 우리의 후손들까지 볼 수 있는 역사의 산교육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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