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Jun 04. 2022

무궁화 열차 타고 간 원주 여행

한지 테마파크, 강원 감영, 원주 미로 시장

‘청량리역 9시 55분발 무궁화 열차’      


청량리역이라는 말에 또 무궁화 열차라는 말에 괜스레 가슴이 설레었다. 고교시절 대성리나 강촌으로 놀러 갔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옷이 좀 더럽혀지면 어떠랴? 덜컹대는 기차 바닥에 주저앉아 어찌나 수다를 떨었던지. 그때는 팔도 아프지 않았는지 워크맨도 아닌 무지막지한 카세트테이프 레코더까지 들고 흥얼거리며 산에 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둘러메고 간 박스 안에는 과자 등 먹거리가 가득했다. 집에서는 설거지 한 번 한 적 없지만 요리사가 되어 묶은 김치에 꽁치 통조림 하나 넣은 김치찌개나 고기 한 점 넣지 않아도 맛있던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먹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50여 년 만에 찾은 청량리역은 기억처럼 넓지도 않았고, 무궁화 열차도 그렇게 덜컹대지도 않았다. 가끔 이용하던 KTX와 무엇이 다른지 모를 정도로 열차도 꽤나 쾌적했다. 왠지 양갱이나 김밥을 사이다와 함께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때처럼 열차를 오가며 파는 장사꾼도 없다. 어렸을 때 부모님과 기차여행을 할 때면 아버지는 꼭 양갱을 사주시곤 했다. 영화관에 가면 팝콘을 먹듯 기차에 타면 삶은 달걀이나 양갱을 먹어야 할 것만 같은데 말이다.  

원주가 혁신도시라고 하더니 고층 아파트 일색이다.      


원주 한지테마파크

전주 한지 박물관에 이어 원주에도 한지를 테마로 하는 한지테마파크가 있다. 종이가 개발되기 전에는 나무나 암석, 거북이의 등과 같은 곳에 자신들의 문자를 기록하였다 한다. 삼국시대 중국에서 종이가 발견되고 그 기술이 우리나라에 전해지고 나서는 우리도 독창적인 한지를 생산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종이는 천 년 비단은 오백 년’이라더니 세계 최초의 목판본인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이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에서 발견되었고, 신라의 승려 혜초가 인도를 답사하고 온 여행기인 ‘왕오천축국전의 영인본’도 아직 남아 있다.     




우리나라 종이인 ‘한지’는 종이의 품질이 좋고 찰지다고 하여 ‘찰 한(寒)’ 자를 써서 한지라고도 하고, 백의민족의 하얗다는 의미에서 ‘흰 백(白)’ 자를 써서 백지 또 백번 손이 간다 하여 ‘일백백(百)’ 자를 써서 백지라고도 한다. 

    

한지의 주원료는 닥나무다. 질 좋은 닥나무의 자생지인 원주에는 강원감영이 있어  조선시대에는 종이를 공급하기 위한 한지마을과 인쇄 골목까지 있었다. 그 한지의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그 뛰어난 품질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유명한 종이 박물관으로 일본에는 ‘미노시’, 프랑스에는 ‘리샤르 드 바’, 이탈리아에는 ‘파브리아노’그리고 원주에는 ‘한지 테마파크’가 있다.     


닥종이 공예


2층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닥종이 공예뿐만 아니라 종이를 꼬고 엮어서 만든 지승공예, 쓰다 버린 폐지로 종이죽을 만든 후 그것을 이용한 지호공예, 한지를 여러 겹 덧발라 만든 틀에 다양한 색지로 옷을 입힌 전지공예 등 다양한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강원 감영

조선시대 강원도의 행정과 군사의 최고 책임자인 관찰사가 직무를 보던 곳이 강원감영이다. 500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킨 감영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한 때는 건물이 30여 동이나 있었다지만 현재는 관찰사가 집무를 보던 선화당(임금의 덕을 선양하고 백성을 교화하는 건물이라는 뜻)과 부속 건물인 청운당이 있고 후원에는 손님 접대와 연회의 장소로 이용했던 봉래각 영주관이 우리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게하는 연못과 함께 있다.  관찰사를 만나려면 감영의 정문인 포정루(어진 정사를 베푼다는 뜻)를 거쳐 외삼문과 내삼문을 거쳐야 한다.   

  

선화당과 포정루


황희 정승과 가사문학의 대가인 정철도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적이 있다. 정철이 이곳 관찰사일 때 강원도를 둘러보고 지은 것이 관동별곡이다.   

   


감영의 후원


즐거운 장터 나들이

원주 중앙시장 주변으로 4~5곳의 시장이 있다. 간 날이 5일장인 데다 선거를 맞이하여 유세를 나온 사람들로 시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원주의 명동이라는 중앙거리는 젊은이들의 유흥과 패션을 선도하는 상품을, 자유시장에는 저렴하고 푸짐한 먹거리를 팔고 있다. 전통시장에서의 싱싱한 야채와 주전부리는 가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미로 예술시장의 레트로 한 소품은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아 요즘 한참 뜨고 있다.     

 


미로 시장


코로나도 풀리고 녹음이 짙어가는 요즘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원주로의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원주 한지 테마파크와 강원 감영은 아이들과 함께한다면 역사공부도 되고 자부심도 얻을 수 있다. 간현역에 가면 레일바이크도 있고 소금산 출렁다리와 울렁 다리에 오를 수 있는 간현 유원지도 있고  뮤지엄 산에서는 큐레이터와 함께 안도 다다오까지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모처럼 기차를 타고 간다면 또다른 여행의 맛도 찾을 수 있다.


간현역의 레일바이크와 간현유원지의 출렁다리와 울렁 다리
뮤지엄 산


매거진의 이전글 감천 문화마을과 흰여울 마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