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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03. 2022

말의 귀를 꼭 닮은 마이산의 봉우리

탑사, 용담호

진안에 다녀온 지 어느새 한 달, 지금쯤은 한창 봄꽃이 피었다 지고 있을까? 구례 광양에서 실컷 꽃구경을 하고  밤늦게야 도착했으나 마이산과 그 사이에 있는 탑사의 신비로운 모습이 보고 싶어 아침 일찍부터 채비를 하고 나섰다. 평균 해발고도가 500 미터라더니 자동차 유리에는 하얀 성애가 끼어 있다.



마이산이 가까워지면서부터 봉긋하게 솟아있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한눈에 들어왔다. 야트막한 산 아래 커다란 말 한 마리가 몸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푸른 산 위로 솟아있는 두 개의 봉우리는 영락없이 말의 귀를 닮았다. 금방이라도 몸을 숨기고 있던 망아지가 '까꿍'하고 일어설 것만 같다.



이른 아침 바람 한 점 없는 호수는 마이산을 그대로 비추어 멋진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있다. 마이산 입구에는 삼국시대 고구려의 승려 무상이 세운 금당사가 있다. 금당사는 석탑이나 목불좌상 괘불탱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드디어 사진으로 보아 꽤나 익숙한 탑사에 도착했다.  암마이봉의 깎아지른 절벽과 맞닿은 곳에 자리한 탑사에는 크고 작은 돌탑이 가득하다. 일자 또는 둥글게 쌓아 올린 탑을 자세히 보면 잘 다듬은 듯한 가지각색의 돌이 한데 모여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산 골짜기에 있어 바람도 어지간히 불어왔으련만 접착제나 시멘트 등 부재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는  80여 개나 되는 탑들은 여전히 그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마이산은 독특하게 역암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 옛날 홍수로 돌과 자갈이 휩쓸려 가다 일정한 방향으로 뉘어진 채 굳어 버렸다. 돌탑에서 보았던 둥근 돌멩이들은 아마도 이 역암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다.



연천의 역고드름은 터널 일부에 크랙이 가면서 누수가 발생하여 겨울이면  땅으로 떨어진 물이 거꾸로 자라는 역고드름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겨울철 저녁 7시경 정한수를 떠 놓으면 다음날 아침 그 그릇에 고드름이 자란다고 한다. 급 강하한 날씨에 물그릇의 물이 돌면서 얼어 육각수가 형성되고 그릇 표면 위로 구멍이 생기며 역고드름이 자라는 것이다.



절벽 위 벌집 모양으로 움푹움푹 파인 것이 타포니다. 보통 풍화 작용은 바위의 표면에서 시작되지만 마이산의 역암층은 오랫동안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과 역암의 무른 부분이 먼저 팽창하여 밖에 있는 돌들을 밀어 냄으로써 커다란 구멍을 냈고 지금도 그 구멍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울퉁불퉁한 벽면에 말라죽은 듯 보이는 나무는 능소화다.  임금의 사랑을 잃고도 내내 임금이 오기만을 기다리다 담장 밑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소화가 죽은 뒤에 핀 다홍색의 능소화가 이 황량한 벽면을 가득 채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곳에  탑을 쌓은 사람은 조선 후기 임실에 살던 이갑용 처사로 25세에 입산하여 은수사에 머물며 솔잎으로 생식을 하며 수련을 하다가 사람들의 죄를 구제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아 30년 동안이나 돌탑을 쌓았단다. 강진에도 이처럼 돌탑이 많은 옴천사가 있는데 그곳은 정암스님이 20년 동안 대한민국의 평화를 염원하고 국민들의 평안을 기원하며 쌓았다. 애절한 두 분의 염원 덕분에 우리가 지금 평온하게 살고 있는 것일까? 돌탑으로 이뤄진 독특한 두 절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절 입구에는 돌탑을 조성한 이갑용 씨가 모셔져 있다
탑사 너머에는 이처사가 머물렀다는 은수사가 있다


미륵존불과 법당 사이의 계단을 오르면 탑사에서 가장 큰 두 개의 둥근 탑을 볼 수 있는데 부부탑인 천지탑이다. 탑사의 하이라이트로 오행을 뜻하는 다섯 개 탑의 호위를 받고 있다. 



부부탑인 천지탑


 용담호와 자연습지 생태공원 그리고 메타쉐쿼이어길은 지난달만 해도 막 봄이 시작되려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쯤은 훨씬 생기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을 게다.


자연 습지 생태공원



5월 말 운일암 반일암의 구름다리가 완공되면 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용담호의 고즈넉한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같다



봄이 오는 길목, 이른 아침에 찾은 진안은 평온하고 신비로웠다. 능소화가 활짝 피었을 때는 어떤 모습일까? 또 두 봉우리에 오르면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아쉬움만을 남기고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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