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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09. 2023

람세스 2세와 네페르타리의 아부심벨신전

이집트여행에서 가장 많이 본 동상은 위풍당당하게 한 발을 떡하니 내딛고 있는 람세스 2세의 동상이다. 전쟁을 좋아하여 영토를 확장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그는 신전을 짓는 데도 열중했다. 카르나크 신전을 정비하는 등 각지에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세웠는데 특히 이집트의 가장 남쪽 국경지역인 누비아를 정복하고는 위협적으로(?) 산 전체를 깎아 신전을 만들었다. 


람세스 2세는 그 시절에 90살까지 살며 67년이나 통치를 하였다.  100여 명이나 되는 자녀 중 몇몇은 먼저 세상을 떠났고  서열 13위인 메렌프타가 왕위에 오른 것도 마흔이 넘었을 때라고 한다. 이집트 전통 상 즉위한 지  30년이 되면 세드 축제가 열리는데  그 축제는 3년마다 다시 열리며 그 강력한 힘을 과시했다고 한다. 



수단 국경 가까이 있는  아부심벨까지는 아스완에서도 왕복 8시간을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만을 보며  쉬지 않고 달려가야 한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 신전이라니!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다녀오려고 새벽 서너 시에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국경 가까운 곳이라 몇 번이나 체크포인트를 지나야 하고 중간에 휴게소라고 있는 것은 정말 변변치가 않다. 



체크포인트와 휴계소


사막이 어떤 곳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실감하는 시간이다. 여태 상상하던 사막은 저렇게 거칠고 황량한 모습이 아니었다. 고운 모래가 끝없이 부드럽게 펼쳐진 아름다운 언덕에 멋진 노을이 지고 그 아래 낙타가 사브작 사브작 걸어가는 꿈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차창 밖에 펼쳐지는 사막은 고운 모래는커녕 깔깔한 잔돌과 검고 누런 모래만 가득했다. 부는 바람 따라 그 흙들은 다양한 언덕을 만들어 놓아 마치 무덤이나 피라미드가 연상되었다.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이 발이 푹푹 빠지는 그 삭막한 사막은 죽음의 땅과 같았다. 그런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었기에 이집트는 다른 이민족의 침입을 받지 않고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스완 댐 공사로 생긴 나세르 호수 옆에는 수몰지역에서 건져 올린 두 개의 커다란 바위 신전이 있다.  큰 신전은 람세스 2세의 것이요 바로 옆 신전은 람세스가 사랑했던 제1 왕비인 네페르타리의 신전이다. 이 신전은 거대한 사암층을 파서 만든 석굴사원이다. 어떻게 그 시절에, 이 머나먼 땅에, 이토록 거대한 신전을 지을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움과 경탄을 금할 수가 없다.


게다가 이 신전은 하이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처해진 것을 건져 올린 것이다.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는 하나 타국에 있는 신전을 10년에 걸쳐 4천만 달러나 들이며  강에서 200 미터 떨어진 65 미터 위로 올린 사람들도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조각난 자국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잘 복원이 되어 있다.



신전 최상부에 조각되어 있는 22마리의 개코원숭이는 태양을 숭배하고 있다. 석상에서 중요한 사람은 크게 덜 중요한 공주 같은 사람은 아주 작게 조각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상하 이집트의 통일과 왕국의 번영을 상징하는 신전 입구 벽면에는 나일강의 신 하피가 하 이집트의 상징인 파피루스와 상 이집트의 상징인 연꽃을 매듭으로 묶고 있다. 대신전 열주실의 좌측 오시리스 상은 상부 왕관을 쓰고 있는데 오른쪽에는 상하이집트가 합쳐진 이중관을 쓰고 있다. 살아서는 호루스로, 죽어서는 죽은 이들을 관장하는 오시리스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벽면의 대부분은 호루스가 용맹하게 전쟁하는 장면들이 새겨져 있는데 북쪽 벽에는 카디슈 전투, 남쪽 벽에는 시리아 리비아 누비아와의 싸움이 그려져 있다.


마지막 공간은 신들을 모신 장소로 좌측부터 주신인 창조의 신 프타, 테베의 주신 아몬-라, 신격화된 람세스 2세, 헬리오폴리스의 태양신 라-호라키티다. 신기하게도 이곳은 매년 2월 22일과 10월 22일 태양이 뜨면 지하 세계와 관련이 있는 프타를 제외한 3개의 신상에 해가 비친다고 한다. 그날은 람세스가 태어난 날과 세드 축제가 열리는 날이라고는 하나 정확하지는 않다.

대신 전의 성소


바로 옆에 있는 소신전은 람세스 2세가 가장 사랑했던 부인 네페르타리에게 봉헌한 신전이다.   그녀는 람세스 2세의 재위 24년경에 사망하였으나 죽기 전까지 독보적인 지위를 가졌다고 한다. 네페르타리는 발 옆에 아주 작은 크기로 조각되어 있는 공주들과 달리 람세스 2세와 거의 같은 크기로 되어 있으며 머리에 태양을 상징하는 원반과 2개의 긴 깃과 뿔이 달린 관을 쓴 사랑과 기쁨의 여신 하토르의 모습으로 묘사되어 있다.


람세스 2세의 입상이 4개, 네페르타리의 입상이 2개가 새겨져 있는 소신전




소신전 지성소에는 소의 모습을 한 하토르 여신이, 지성소로 가는 중간 기둥에는 하토르의 여신상이 있다.


고대 이집트어로 '태양은 그녀를 위해 빛난다'라는 뜻인 네페르타리는 세기적인 미녀 클레오파트라, 네페르티티와 함께 고대 3대 미녀로 꼽힌다. 네페르타리는 자기애가 강했던 람세스 2 세의 사랑을 독차지해 여신에게 봉헌된 두 개 밖에 안 되는 신전의 주인공이 되었고 그녀의 무덤은 현재까지 고스란히 그 아름다움을 유지한 채 남아 있다.


아스완을 향해 돌아가는 길, 얼마쯤 왔을까?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에 모래섬들의 반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루다. 말로만 듣던 빛의 굴절 현상으로 생긴다는 신기루를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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