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산수유와 매화가 하나 둘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목련과 개나리 진달래까지 한꺼번에 꽃을 피웠다.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아파트 단지 한 바퀴만 돌아도 눈이 호강하지만 진달래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늘 때를 놓치곤 했는데 지난 주말 우연히 서울 성곽길을 걷다가 성곽 따라 만개한 개나리와 진달래를 보고 찾은 곳은 부천 원미산이다.
작동 터널을 지나면서부터 부천의 봄꽃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4월 초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벚꽃, 복숭아꽃 축제가 15일까지 이어진다. 와우~ 4월은 꽃잔치다! 원미산으로 향하는 길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저 운동장 옆으로 줄지어 가는 사람들의 뒤만 쫒으면 된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온통 꽃으로 뒤덮인 원미산을 보며 사람들의 탄성이 끊이지를 않는다.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포토그래퍼가 되고 모델이 된다. 셔터 소리와 웃음소리에 흥분한 나도 한동안 미친 듯이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김소월은 사랑하는 이를 보내며 이 여린 진달래 꽃을 아름 따다 뿌려 놓고는 사뿐히 지르밟으며 가라 했다. 그 애달픈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화사하게 핀 진달래 꽃을 보고 있자니 공연히 목이 메어 온다.
진달래꽃은 사람들의 마음까지 분홍빛으로 블링블링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군데군데 싸들고 온 도시락을 먹는 모습이 그저 정겹고 부러웠다. 김밥이라도 한 줄 사가지고 올 것을!
산책길이 따로 있지만 사람들은 그저 본인도 꽃인양 꽃 사이에 파묻혀 인증숏을 찍기 바쁘다. 사진을 찍는 사람도 찍히는 사람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벚꽃은 아직 봉오리 상태이지만 간간히 심어놓은 노란 개나리와 하얀색 매화가 포인트가 된다. 가까이에서 보는 진달래도 예쁘지만 정상 가까이에 설치해 놓은 전망대에서 진달래 군락을 보는 것도 색다르다. 다양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
식용이 가능한 진달래 꽃은 화전으로 술로 또는 비빔밥이나 샐러드의 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먹기에도 아까운 화전은 쌉쌀하고 상큼한 맛을 즐기려면 꽃 부분이 안 익은 정도까지만 익혀야 한단다. 또 술로 담그면 향이 좋은 두견주가 되는 진달래는 영어로 'Korean Rosebay'라고 한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진달래 꽃 사이로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은 아무리 다리가 아파도 걸어봐야 한다. 그럴듯한 인증숏이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달래 꽃에 흠뻑 취해 한 바퀴 돌아 나오다 만난 산 모퉁이는 아직 겨울이었다. 밟으면 금세 바사삭 부서질 것만 같은 낙엽과 앙상한 가지뿐이다. 아니 그곳에도 새싹들이 돋아나고 있었다. 다만 조금 늦을 뿐이다.
원미산에 자동차로 가려면 이른 아침 서두르지 않으면 주차가 만만치가 않을 것 같다. 지하철 7호선 부천 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 바로 앞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주변에는 추어탕 동태탕 중국집 등 맛집이 몰려 있으니 꽃구경 후 맛있는 음식까지 먹는다면 즐거운 당일 나들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