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세계장미축제, 함안 악양생태공원, 임실 옥정호
서정주 시인은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라고 했지만 난 여행을 떠난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안강에 계신 스님도 찾아 뵐 겸 멀리 경상도로 향했다. 안강에 들어서는 길목부터 금계국이 반갑게 손짓한다. 황화코스모스와 비슷하지만 좀 더 빨리 피고 꽃잎 끝이 뾰족하게 생겨 닭벼슬을 닮아 금계국이라 한다.
샤스타데이지와 금계국이 한창인 함안의 악양생태공원
몇 년 전 우연히 평창의 육백마지기에 올랐다가 정상에 만개한 샤스타데이지를 보고는 얼마나 기뻤던지 카메라를 들고 펄쩍펄쩍 뛰어다녔다. 산꼭대기에 이런 꽃밭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아주 환상적인 비밀의 화원을 만난 것이다. 낮에는 꽃에 취하고 한 밤중에는 하늘에 떠있는 별에 취할 수 있으니 이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게다가 힘든 산행이 필요 없다. 정상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그 하얀 꽃이 악양생태공원에 만개했단다. 빨리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생태연못을 지나 가장 안쪽에 있는 샤스타데이지를 보러 가는 길은 멀게만 느껴졌다. 육백마지기와 같이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초록색 줄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샤스타데이지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다. 누가 하늘에 먼저 닿을까 경쟁이라도 하듯 한껏 추켜올려진 모습이, 아니 아직은 덜 피어 쭈뼛쭈뼛 올라오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사람들은 왜 이 예쁜 녀석들을 자세히 보려 하지 않고 그저 자기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을까? 하얀 전화부스도 있어 마치 순백의 세계에 들어선 것만 같다. 전화부스 앞에서 인증숏 하나 담으려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 자리를 뜬 것이 못내 아쉬웠다.
생태연못과 둑방(왕복 6.5 킬로미터)에는 금계국이 한창이다. 하늘의 구름이 그대로 내려앉은 연못 주위에 화사하게 피어있는 것도, 아름다운 남강가를 노랗게 물들인 것도 금계국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황금물결을 한참 보고 있다 보면 눈이 시원해지고 가슴까지 콩닥 인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며~~" 우리가 즐겨 부르던 처녀뱃사공의 배경이 바로 이 악양루다. 이 노래는 6.25 전쟁 당시 군대 간 오빠를 대신해 나룻배를 젓던 처녀뱃사공의 애절한 사연이 깃들어 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남강을 바라보니 또 감회가 새롭다.
곡성 기차마을에서는 세계 장미축제가!
곡성 기차마을은 몇 번 와본 적이 있는데 이렇게 장미가 탐스럽게 피어있는 것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많은 장미가 피어 있고 축제장에는 꽃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저마다 함박웃음을 지으며 행복해한다. 대형차들이 빽빽하게 주차해 있는 것을 보니 이 축제를 보기 위해서 단체관광을 왔나 보다.
"곡성? 군이잖아" 별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남편도 그 규모와 인파에 놀란다.
5월이면 늘 가까운 안양천이나 부천의 백만송이장미원에 장미를 보러 갔었다. 지난해는 중랑천에서 열리는 장미축제에도 다녀왔는데 올해는 이 곡성까지 와서 장미를 보았다. 마침 물을 주었는지 장미 꽃잎에 물방울이 맺혀 아주 싱싱하다.
모형 기차인 줄 알았던 증기기관차가 갑자기 크게 기적을 울리더니 한바탕 김을 쏴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는 예약해야 이용이 가능한데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운행되며 왕복 약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한 번쯤 옛 추억을 떠올리며 타봐도 좋겠다. 기차를 테마로 한 곡성마을, 폐철도 구간에서는 레일바이크를 타고 장미꽃이 만발한 공원에서는 대형 관람차와 놀이시설을 즐기며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기차마을 근처에는 뚝방 생태공원이 있다. 사실 그곳에 간 것은 밀과 양귀비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서는 보리와 양귀비가 있는데, 공원 관리하시는 분이 '밀'이라고 한다. 무엇인들 어떠랴 생각지도 않았던 양귀비까지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꽤 알이 굵어진 밀밭 사이사이에 하늘거리는 빨간 양귀비 꽃잎이 아름답다. 한산한 밀밭을 보며 한껏 상기했던 마음도 내려놓았다.
임실 옥정호와 붕어섬에는 작약이 한창!
전에는 국사봉 전망대에 올라 딱 붕어처럼 생긴 붕어섬을 담으러 왔었는데 올해는 작약꽃을 보러 왔다. 그새 붕어섬을 건너가는 출렁다리도 생겼고 섬에는 작약 등 꽃도 많이 심어놓았다.
진분홍빛부터 아이보리까지 제각각의 빛으로 핀 작약은 푸른 하늘을 향해 환하게 피었다. 바람에 살랑일 때마다 특유의 향이 진동하는 것이 꼭 쥔 아기 손바닥 같던 꽃은 차차 그 속살을 보여주며 마치 춤을 추는 것만 같다. 이곳의 작약은 물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 아름답다. 그저 관상용으로 키우는 줄 알았는데 작약은 3,4년 키워 한약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강원도 영월의 폐광지에도 천만 송이의 작약을 심어 폐광지에 활기를 불어넣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봄꽃이 지고 나니 다시 장미 등 여름꽃이 한창이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주변의 산과 공원에 예쁜 꽃이 만발해 있다. 더 더워지기 전에 싱싱한 꽃구경도 실컷 하고 자연 속에 파묻혀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