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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06. 2024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아파트 세대수가 3,000 세대에 보통 한 가족이 4명이라고 하면 생일 케이크만 해도 한 달에 천 개예요. 게다가 주변에 초등학교가 2개,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1개씩 있고, 어린이 집만 해도 대여섯 개가 있으니 빵집자리로는 최상이라니까요." 

체인 사장의 '최상'이라는 말에 발효된 빵처럼 한껏 부풀어 올랐다.    

 

주변에는 빵집이 4개나 있었다. 학교의 간식 담당자뿐만 아니라 빵 사오십 개를 사가는 학부모 하나도 절대로 놓칠 수가 없다.  

   

어느 날 늘 간식을 도맡던 중학교의 간식 담당 선생이 바뀌었다. 눈치 없는 나는 인사를 가기는커녕 그저 하던 대로 최대한 빵값을 깎아주고 빵 배달을 갈 때는 전날 팔다 남은 빵을 가져다주었다.      


갑자기 주문이 끊어졌다. 급히 학교에 갔더니 서무과 직원들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다. 영문을 몰라 도리질만 치며 담당 선생을 찾아갔다. 롤케익 선물세트를 전하며 그저 죄송하다고 빌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선생들은 까탈스럽고 고급스러운 입맛을 가졌다는데 남은 빵이나 가져다 준 것이 도리어 기분이 나빴나? 다행스럽게 다시 주문이 들어왔다. 그 후 남은 빵 하나 주는 것도 조심스럽게 했다.     


주변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많다. 어떻게 알았는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간식 주문이 들어왔다. 주방 아줌마들 때문인지 원장 스타일인지 유치원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단출하고 깔끔한 곳이 있는가 하면 어떤 곳은 사무실 같기도 하고 또 이웃집 같은 곳도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배달은 내 몫이었고 원장들과는 친한 사이가 되었다.

     

특히 한 원장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데다 가족들까지도 자주 빵집에 오갔기에 가깝게 지냈다. 하루는 학교 학부모 모임에 갔더니 그녀의 남편이 아버지회에 참석해 있었다. 며칠 뒤 원장을 만났을 때 

"아버지회에 남편 분이 오셨더라고요. 보통 아빠들은 바쁘신데 어떻게 시간이 나셨나 봐요?" 

내가 한 말이라고는 그 말 뿐이었는데 그녀는 쌩하니 나가더니 그 후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빵 주문도 끊어졌다. 무슨 말 때문에 화가 났을까? 공연히 아는 척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교회나 성당에서도 빵 주문하는 일이 많다. 한 교회의 신도회장이 부활절 행사에 사용할 빵을 주문하러 왔다. 늘 건너편 빵집에서 주문하더니 어쩐 일인가 싶었다. 하던 대로 할인 해고 배달을 끝냈다.     

문제는 그 빵값을 계산하러 왔을 때다. 그녀는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빵값을 줄 생각은 하지 않고 느닷없이 화장품을 들이밀었다. 별 관심이 없는데다 그렇게 행동하는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아 끝까지 사지 않았다. 

"생긴 것과 다르게 되게 깐깐하네"

더 이상 교회의 주문은 들어오지 않았다. 영업 상 팔아줘야 했을까?     


틈만 나면 끈질기게 자기네 교회에 나오라고 떠벌리는 사람들 때문에 진저리가 났었는데 교인들이 더 싫어졌다. 한참 후 다른 교회에 다니는 손님 덕분에 모든 교인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꽁꽁 닫혔던 마음의 빗장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참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이런 일 때문에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 뒤로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려고 노력한다.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올 때면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라든가, 과일 가게 아주머니에게는 "어제 사간 과일 맛있더라고요"라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고 지쳤을 때 "아줌마네 빵이 제일 맛있어요" 라고 외치던 어린 손님 덕분에 나는 웃을 수 있었고 힘이 났었다. 요즘은 버스를 타고 내릴 때도 친절하게 꼬박꼬박 인사를 건네는 기사가 있다.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오르내리는 사람들 보란 듯이 크게 외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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