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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10. 2024

장사 욕심 때문만은 아니야

씩씩대며 뿜어대는 온풍기가 제 구실을 못하는지 문 틈으로 들어오는 찬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든다. 리본 접던 손을 멈추고 남은 빵들을 정리하다 창밖을 보니 상가에 불 켜진 집이라고는 마주 보고 있는 두 빵집뿐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때문인지 집으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도 일찌감치 뜸해졌다. 심한 마찰음을 내며 정류장으로 들어온 버스는 잠시 섰다가 이내 사라진다. 어둠과 칼바람소리만 허공을 맴돈다.     


밤 11시. 한 시간은 더 있어야 마감 시간이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다 잠든 시간에  난 여기서 왜 이렇게 홀로 궁상을 떨고 있는 거지? 공연히 눈물이 핑 돈다. 창 너머 학교 건물 위로 떠오른 둥근 달을 바라보며 애써 마음을 추스른다.

"어서 오세요" 

쓸데없는 상념을 깨트리게 해 준 손님이 고마워 나도 모르게 소리를 크게 지른다. 손님이 가시고 쟁반을 닦아 제자리에 놓다가 건너편 빵집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내 어깨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그때부터 두 사람의 소리 없는 경쟁이 시작된다. 우리는 무심한 듯 서로를 보고 있었고 그 집에 손님이 들어가면 내 어깨가 처지고, 반대로 우리 집에 손님이 오면 우쭐하는 마음에 어깨가 올라갔다.      


춥고 늦은 겨울밤 손님이 몇 명이나 왔겠냐마는 우리는 이렇게 한밤중에 보이지 않는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장사욕심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샘이 없었다면 그렇게 오랫동안 빵집을 지속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일찍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오늘은 빨리  문 닫고 들어가자고 해도 12년 동안 12시 이전에 문을 닫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사이에 건너편 빵집은 세 번이나  주인이 바뀌었다.     


빵집은 건너편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블록별로 빵집이 두 개나 더 있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거리를 지나다 초록색 봉투가 아닌 다른 빵 봉투를 들고 가는 사람들이 유난히 눈에 잘 띄었다.  그 사람이 우리 단골일 때는 이만저만 서운한 게 아니다.      


하루는 운동하고 오는 길에 자주 빵 사러 오시던 분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크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녀는 급히 뭔가를 감추는데 바로 다른 집 빵봉투였다. 물론 좀 서운하기는 했지만 그 봉투를 감춰주는 그녀의 작은 배려가 고마웠다. 고객들이 꼭 내 눈치를 봐야 할 이유는 없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빵봉투를 들고 있으면 여간 마음이 불편한 게 아니다    


며칠 전 겹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그만 식사를 못하고 말았다. 지하철을 기다리던 나는 매점에서 초콜릿 하나를 샀다. 막 계산을 마쳤는데 바로 옆에 눈깔사탕이 수북이 쌓여있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어머 눈깔사탕이네" 

하자 그 아주머니는 그저 초콜릿 하나를 샀을 뿐인데 냉큼 사탕 하나를 집어 내 손에 쥐어주었다. 너무 오랜만에 받는 덤이라 무슨 일이냐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어서 먹어보라며 빙긋이 웃으셨다.      


가족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사러 갈 때가 있다. 계산을 하고 나오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걸음걸이가 늦춰진다. 빵집 할 때 계산 마친 손님을 바쁘게 뒤따라 가며 덤으로  빵 두세 개를 담아주던 내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많은 빵이나 케이크를 사가면 난 어김없이 봉지빵 한 두 개를 슬며시 넣어주곤 했다. 우리 빵집을 찾아준 고객에 대한 마음의 표시였다. 10%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데 덤까지 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계산 따위를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빵 한 두 개 더 주면 받는 사람이 즐거워했고 그것을 보는 나도  즐거웠다. 하긴 몇 년간 덤을 주다 보니 언제부터인가는 그것이 당연해졌고 어떤 할머니는 식빵 하나 사가면서도 어제 남은 빵 있으면 하나 더 달라며 떼를 쓰기도 했다. 

    

처음 왔던 공장장은 내가 덤 주는 것을 너무나 싫어했다. 슬며시 빵을 넣어주고 돌아서면 으레 아주 못마땅한 표정으로 눈을 흘기며 소리를 질렀다.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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