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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07. 2024

난 아주 불편한 이웃?

"어머 어떡해 사골국!" 

수영이 끝나고 친구들과 티타임을 가지며 아침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나온 사골국이 떠올랐다. 순간 눈앞이 캄캄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제 그만 뼈를 버리려고 국물도 조금밖에 남지 않은 것을 혹시나 쉴까 싶어 빨리 데운다고 가스 불을 세게 해놓았다. 운동 나온 지 벌써 두 시간이 넘는다.  

    

허겁지겁 계단을 올라와, 집까지 운전은 어떻게 하고 왔는지 모른다. 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제과점 앞을 뛰어가는데 매장 직원이 나를 부른다. 침만 꿀껏 삼키며 손사래를 치며 급히 달리자, 

"사장님, 제가 껐어요" 그 순간 그만 다리에 힘이 빠지며 길바닥에 털버덕 주저앉고 말았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안은 말도 아니었다. 아직도 잿빛 연기가 가득한 것이 뼈를 태워서 나는 독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그 역겨운 냄새는 거의 일주일 동안 가시지를 않았다.

     

처음 발견한 것은 바로 위층 아줌마였다. 고약한 냄새와 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아줌마는 급히 경비실로 연락했고, 다시 빵집으로 연락해 직원들이 가스 밸브를 잠근 것이다. 덕분에 화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그 뒤로 그 아줌마는 나만 보면  

"아, 젊은 사람이 왜 그래?" 하며 눈을 흘기곤 했다. 

사실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난 몇 번이나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머리를 조아렸다. 나 때문이었는지 얼마 후 그녀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다.

     

몇 주 전에 건너편 아파트에서 큰 화재가 났었다. 아마 인테리어 공사를 마치고 급히 도배장판을 말리려고 선풍기를 종일 켜 두었나 보다. 그런데 그게 과열이 되어 불이 났고 이웃 아파트까지 번진 것이다. 겨우 공사가 끝난 그 집뿐만 아니라 이웃까지도 공사를 해줘야 했을 테니 아마 엄청나게 손해가 났을 것이다.

     

직원들의 숙소를 없앤 후 식사는 우리 집에서 해결했다. 점심때면 하얀 유니폼을 입은 제빵사들이 우르르 아파트로 몰려왔으니 주민들이 좋아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실제로  그들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내리면 고소한 빵 냄새가 아닌 특유의 밀가루 냄새가 났다. 그러니  얼마나 내가 싫었을까?     


어느 날 큰 딸 친구의 엄마라 종종 만나며 친하게 지내던 여자를  헬스장에서 만났다.

"아니 빵집 하셨던 거예요?"  

그 후 그녀는 나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왠지 눈을 아래로 깔고 보거나 모른 체 휑하니 가버리기도 했다. 

“왜? 빵집 아줌마와 같이 운동하는 것이 창피한 걸까?”

하긴 그녀의 남편은 큰 회사 사장이라고 했던 것 같다. 자격지심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내가 장사를 한다고 하면 공연히 무시했다. 결코 빵집이 우습게 볼 사업이 아닌데 말이다. 

    

한 번은 손님과 대화를 하다가 목동에 산다고 으시대며 나를 하찮은 장사꾼 취급을 하는 것이다.

 "저도 목동아파트 살아요" 

하자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대뜸 몇 동 이냐고 물었다. 난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살고 있는 동을 말했다. 

그걸 묻는다는 것은 “그래? 몇 평 사는데?” 라는 뜻이었다. 대답을 들은 그는 신기한 듯 나를 아래 위로 쳐다보았다.

     

이 아파트는 처음에는 공무원들에게 분양했었다. 그 후 일반인들이 사기도 했지만 유난히 선생님이나 공무원 그리고 의사들이 많다. 장사꾼들은 서울에서 장사하기 제일 힘든 곳이 목동이라고 한다. 주민들이 워낙 알뜰한 데다 꼬치꼬치 따져묻기 일쑤기 때문이다.  하루는 어떤 손님이 내게 와서는 어제 사간 빵이 곰팡이가 났다며 자기 남편이 식약청에 다니니 조심하라고 했다. 겁이 많은 나는 이 말 한 마디에도 덜덜 떨었다. 

    

가게를 그만둔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사는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요즘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처음 이사 올 때만 해도 아이들 키우기 참 좋은 동네였는데 요즘은 등하교길 외에는 놀이터에서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두 학원에 가 있는 걸까? 길을 가다 보면 몇몇 사람들은 아직도 빵집 아줌마였던 나를 알아보는 것 같다. 그들은 날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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