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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8. 2018

한라산 등반

드디어 한라산에 오르는 날, 백록담까지가 아닌 윗세오름까지의 코스다. 지난겨울 사진 출사 왔다 얼떨결에 올랐고 이번이 두 번째다. 가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아침 일찍 집을 나선 우리는 영실에서 시작할지 어리목에서 시작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지난겨울 '겨울왕국'을 상상하게 만든 어리목코스가 완만하였던 것이 기억이 나  그쪽에 차를 세우고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새 산 초입의 나무는 붉게 물들어 간다. 이제 가을이 왔나 싶은데 훌쩍 가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지난번에 눈 속에 파묻혀 가지만 보이던 나무들이 속속들이 그 자태를 보여준다. 오랜 세월 땅위로까지 그  모습을 드러낸 굵은 뿌리들은 세찬 제주의 바람을 막아내기 위하여 단단하게 서로 엉켜  있다. 작고 여린 가지보다 멋들어지게 굽으며 뻗어나간 나뭇가지들이 더 우리의 눈길을 끈다.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은 긴 산행길, 다른 등산객이라도 만나면 누가 먼저랄것 없이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좀 더 가을이 깊었더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욕심도 내면서 오르고 또 오른다. 나에게는 쉽지 않은 코스다. 가파르더라도 영실이 나을 뻔했나??



드디어 시야가 확 터지면서 윗세오름 아래 넓은 초지를 만났다. 지난번에 한 없이 펼쳐진 눈 밭에서 정신을 빼앗겼던 곳이다. 바람 때문인지 큰 나무가 별로 없는 이곳은 백록담 봉우리만 덩그러니 보일 뿐이다. 왜 한라산에는 까마귀가 많은지 모르겠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눈에 띄게 까마귀가 날아다닌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윗세오름에서 먹은 컵라면은 너무나 맛있다. 바로 눈 앞 봉우리 위에 백록담이 있다. 손에 잡힐건만 같지만 내게는 무리다. 아쉬운 마음으로 내려오는데 길에 피어난 작은 꽃들이 나를 위로한다. 어리목 코스와 달리 영실 쪽은 드넓은 바다와 제주 시내를 바라보며 내려온다. 저만치 아래 흘러가는 구름이 신기하다. 산방산이 작은 장난감처럼 보이고 구불구불 굽은 해안길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병풍처럼 펼쳐진 기암괴석 앞에는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펼치고 작품 사진 촬영 중이다.








"노루다!" 누군가 지르는 함성에 뛰듯이 달려갔고 뛰어간 내가 무색하게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우리에게 눈길을 주고 있다. 이 높은 곳의 주인은 노루였다. 

영실 출발점에 다다르자 카메라를 멘 어깨는 욱신거리고 다리는 후들후들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버스 정류장이 바로 아래라고 하여 걸어내려 가는 길 엄~~청 멀다. 택시비 이만 원 아끼고 걸어가자 했던 남편은 정류장까지 걷는 내내 나의 투정을 들어야만 했다.


오르기 힘들어 산을 기피하던 내가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윗세오름에서 내려다보이는 넓은 바다와 크고 작은 오름들 아기자기한 마을의 모습은 한동안 내 기억 속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겨울의 한라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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