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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요 Mar 04. 2022

암 환자에게 하면 안 되는 말들

먼저 이미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해보라고 하는 식의 조언은 별로 도움되지 않습니다. 암환자들 유튜브 보면 유튜버들이 댓글 창에 이거 해보라 저거 해보라 이런 말 좀 제발 적지 말라고 하죠. 꼭 필요한 조언은 의료진으로부터 들으면 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는 환자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죠. 그러므로 이런저런 조언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가중할 뿐입니다. 


다 잘될 거라는 말은 상황에도 맞지 않고 환자 마음에도 와닿지 않죠. 걱정하지 말라는 말도 현실적이지 않죠. 걱정을 하는데, 걱정과 함께 어떻게 여전히 삶을 잘 살아갈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말도 조심해야 합니다. 내가 같은 일을 겪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사람도 아닌데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을까요. 차라리 당신이 얼마나 힘들지 나는 겨우 짐작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또는 내가 당신을 좀 더 이해하고 싶으니 괜찮다면 당신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서 더 알려달라고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이야 또는 무엇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이야기하는 것들도 위험합니다. 다른 사람이 내 삶에 대해서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 이론을 세우는 것은 아주 폭력적인 행동입니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서 다 알지도 못하고 그 일을 겪을 때 옆에 있지도 않고 마음을 들여다보지도 않았으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거나 결론 내리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말들에는 당신이 암을 자초한 것이다라는 무의식적인 뜻이 내포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 왜라는 질문을 꺼내는 순간 환자는 죄책감을 갖고 과거를 후회하거나 스스로를 비난하는 태도를 취하기 쉽습니다. 이런 넘겨짚는 식의 추측은 환자와의 관계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이런 섣부른 결론을 스스로 내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암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나는 그런 행동을 피해서 암에 걸리지 말아야지 하는 자기중심적인 생각, 보호본능이 깔려있습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는 굉장히 원초적인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은 암 환자에 대한 편견을 높이고 암 환자와 나 사이의 경계를 긋고 구분을 짓습니다. 누구도 당신에 대해서, 당신의 삶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고 말해서는 안된다고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암에 걸린 것에 대해 스스로를 탓하기에 세상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일들로 가득 차있습니다. 무엇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모든 측면을 고려하면서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나의 선택은 나만의 선택이 아니며 온전히 나로 인한 선택이 아닙니다. 한 가지 선택을 어떤 일의 원인으로 꼽기에는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습니다.


 왜 암에 걸렸을까라고 이야기를 꺼내기보다는 지금 어떤 도움이 필요하니? 내가 뭘 해주면 좋을까?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환자와 환자 주변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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