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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미니멀라이프 8년 차의 단계별 비운 물건

by 박선영

미니멀라이프 8년 차 생활을 해 오면서

년수가 길어질수록 변화되는 과정들이 생긴다.

1단계에서 6단계 과정으로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정리해 보았다.


미니멀라이프 1단계


처음 시작할 때에는

큰 가구인 침대, 소파, 식탁, 옷장, 화장대를 비우고 싶었다.

작은 물건을 비우는 것으로

빈 공간과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비워진 아무것도 없는 빙벽 만들기가 챌린지가 되는 시기였다.


침대 소파 식탁

"3종을 비우면 무릎 나간다. 불편하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많이 고민이 되었지만

어쩌겠는가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 불편함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마침 침대 프레임 바닥이 커져 있었고

매트리스도 11년을 사용한 상태라서

비우는 결심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침대 프레임과 매트리스를 비우고

토퍼를 구입해서 바닥 생활을 시작했다.

아침에는 토퍼와 이불을 개고 청소기를 돌리면

먼지 한 톨 없는 안방의 모습에 만족하며 6개월을 보냈다.

매일 반복되는 이불을 개고 펴고 하는 게 무릎에 무리가 가기 시작했고

반복적인 행위는 무엇보다도 귀찮은 일이 되었다.

눕고 싶을 때 뛰어가서 누울 수 있는 침대가 간절해졌다.


침대를 비웠을 때

장점은 빈 공간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고

청소기로 쓱 밀기만 하면 되니 청소가 쉬웠다.

먼지 없는 곳에서 잠을 자게 되니 쾌적함을 느꼈다.


단점은 자고 일어나면 허리, 등짝이 아프고

매일 이불을 개야 하는 귀차니즘을 느끼기 시작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에 가족과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침대 비울 때 신랑과 트러블이 있었기에

침대를 사겠다고 쉽게 말을 못 꺼냈다.



미니멀라이프 2단계


처음에는 남편의 물건들 중에

사용하지 않는 것들을 비웠었다.

현재,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든

추억 때문에 가지고 있던 물건이든

주인한테는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 일 수도 있고

버리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물건들이었을지 모른다.


예를 들어

남자들은 군복이나 군화에 애착이 강해 특히 버리지 못한다.

그 이유를 여자인 나는 알 수는 없지만

정말 큰 설득 끝에 비웠던 기억이 난다.


상대방의 옷이나 물건을 내 기준으로 판단하고 버리면

싸움이 난다는 사실을 그때 깨달았다.


비우는 것에 필이 받았는데 가족들이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경험 끝에 해결방법을 터득하고 찾게 되었는데 그 방법은 의외로 쉬웠다.


안 쓰는 물건들 중 비울 것이 있는지 물어보면

‘난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고 말할 것이다.

“그래. 알았어. “ 인정해 준다.

얼마 후

“이거 안 입는 거 같은데 비워도 될까?”

“아니 입을 거야. “

“그래. 알았어. “

얼마 후

“이거 안 쓰는 거 같은데 비워도 될까?”

“아니 나중에 쓸 거야.”

“그래. 알았어. “

우선 꾸준하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초조해하지 말고 묵묵히 기다린다.

일주일, 한 달, 반년, 일 년이 될 수도 있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날 동안

미니멀라이프를 상대에게 강요하지 말고

그 사이 내 물건만 비우면서 기회를 노린다.

집에 물건이 적어지고 깨끗해진 집을 보면서

남의 편도 슬슬 미니멀라이프에 스며드는 상태가 된다.

남의 편이 해야 할 집안 일도 줄어들고

마누라의 잔소리가 줄여든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남의 편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자기 물건을 하나 둘 내놓기 시작한다.

8년 차인 지금도 남의 편 물건은 항상 물어보고 비우는데

“그래~ 버려~”라고 말하는 빈도수가 점점 늘어난다.


미니멀라이프 3단계


옷, 신발, 모자, 벨트, 목도리, 장식품, 인테리어 소품, 액자,

자잘한 쓰레기들을 비우기 시작한다.

(비닐봉지, 서류들, 종이통장, 일회용품들)


장점- 소소한 물건들 먼지 닦고 치울 일이 없어서

청소가 쉬워지니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집이 밝고 화사해진다.


좋아하는 옷만 남기게 되니 뭘 입어도 하루 종일 기분 좋다.

맘에 안 드는 옷을 입고 나가면 일에 집중도 안되고

집에 가서 빨리 옷을 벗어 버리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옷이 적을수록 뭘 입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적어지고

아껴 입고 소중히 다루다 보면

옷을 구매하고 싶은 충동에서 벗어난다.


목도리나 모자, 세련돼 보이게 하는 벨트나 스카프들이

거추장스러워서 안 한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취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옷들이 잔잔한 색으로 바뀐다.

어울리지 않는 건 사지 않는 안목이 생긴다.


단점-없음

굳이 한 가지를 찾자면..

하이에나처럼 비울물건이 있는지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미니멀라이프 4단계


<주방용품>

중복되는 요리도구는 한 가지만 남겨 두고 비웠다.

그릇, 수저, 포크, 컵 가족 수대로 비우되 여유분도 남겨두었다.

정말 싫은 물때를 청소해야 하는

벽에 붙은 식기 건조대도 떼어 벼렸다.

코팅팬, 코팅냄비에서 스텐냄비와 프라이팬으로 바꿨다.

프라이팬은 미니멀라이프 시작과 동시에 교체했다.

그릇이나 수저는 가족수대로 포개어 놓으면 한 번에 꺼내기 쉽다.

<욕실용품>

욕실용품, 주방세제 일회용품 화장품을 비웠다.

욕실용품은 올인원 비누와 린스로 통합했고

추석 선물로 샴푸 바디워시가 생기기도 해서

비누바를 썼다가 샴푸를 썼다를 반복했다.


<화장품>

로션은 아이가 쓰는 피지오겔로 세 가족이 모두 사용하고

색조화장 아이라인 마스카라를 줄였다.

현재는 선크림 얼굴팩트 립스틱만 사용한다.


<주방용품>

쿠킹포일, 위생봉투, 위생장갑, 키친타월은 쓰지 않는다.

위생봉투는 식재료를 구입하면서 깨끗한 지퍼팩을

깨끗하게 씻고 말려서 재사용한다.

키친타월은 가재수건으로 대체할 수 있다.

모아서 한 번에 끓여서 소독해주고 있다.


<청소용품>

천연세제 3종 베이킹소다, 구연산, 과탄산소다를 사용해서

천연세제 3종으로 세탁하고

건조기로 말리면 섬유유연제 향이 날아가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건조기가 없을 때는 섬유유연제 대신 식초나 구연산수로 하기도 한다.


과탄산소다가 가장 유용하게 여러 곳에 사용할 수 있어서

다른 천연세제는 줄이는 중이다.

쌀뜨물 발효액을 만들어 쓰고 있는데 천연세제를 덜 쓰게 됐다.


장점- 오롯이 나의 영역이기에 가족의 동의가 필요 없고

물건이 줄어들어서 깔끔하고 정돈된 주방을 가질 수 있다.

물건을 줄이고 한 가지 물건으로 여러 기능으로 사용하니

환경에도 관심이 생겨 뭔가를 실천하고 싶어진다.


단점-도구가 하나씩 뿐이라 설거지를 해가면서 요리를 해야 한다.

물건이 밖에 있거나 삐뚤어진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스텐팬 사용이 까다로운 신랑은 더는 요리하지 않는다.

가끔 요리해준 것도 좋았는데 아쉽다.


미니멀라이프 5단계


액세서리, 귀중품, 소중한 추억의 물품을 비운다.

덕후질 했던 물건들을 비웠다.

책, cd, 카세트테이프, 학창 시절 편지, 영화포스터, 엽서

뭐든 수집하는 걸 참 좋아했구나.

목걸이 세 개, 시계두 개 남겨 두었다.

옷에 맞춰 액세서리 하는 것도 일이었는데

일거리도 줄이고 공간도 확보되었다.


꽤 즐거운 일들도 많았지만 슬픈 일도 많았기에

집에 있으면 그 물건을 보게 되고, 구석에 짱 박아 놔도

저기 그게 있지? 하며 또 엣 생각이 떠오르곤 한다.

과거에 감정에 사로잡혀서 마음이 불편할 때가 많았다.

현재의 감정도 다스리기 힘들고 스트레스인데

과거 감정까지 보탤 필요가 없다.

추억의 물건들을 비우고 나서

부정적인 과거 감정에서 멀어지는 스펙터클한 효과가 있다.

과거 힘든 일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 있다면

추억의 물건을 비우는걸 강력 추천한다.


장점-마음이 홀가분하고 도둑이 들어도 가져갈 물건이 없다.

단점-전혀 없다.

미니멀라이프 6단계


내 기준에서 비움의 완성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미니멀 적응완료 단계이기도 하다.

물론 아이를 키우면서 불필요한 물건도 많지만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물건과 필요 없는 물건은 꾸준히 생기기에

미니멀라이프 완성단계라고 마침표를 찍을 수는 없다.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 물건이 내 집에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비싼 집에 물건을 내어 줄 공간을 주지 말자.

나 쉴 곳도 부족하다.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반복적인 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늘 편안한 공간을 유지하고 내 집이 힐링의 장소가 될 수 있다.


물건을 비울 때

지금은 필요 없어서 비웠지만

생활하다가 또 필요해져서 구입하게 되기도 한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하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보고 환경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다음 소비를 할 때는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되고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신중하게 현명한 소비를 하게 된다.


나에게 미니멀라이프란 과거의 못난 내 모습을 지워주고

현재의 나를 바라보고 알아가는 과정을 주었고,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다.

가끔씩 과다한 나르시시즘이 발동하기도 한다.

미니멀라이프는

조금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 주는 동지이기도 하다.

너무 거창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해본 사람은 알 수 있다.

미니멀라이프 8년 차, 나름 정리해 봤는데

자신을 돌아보고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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