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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nergist May 16. 2020

첫 스카이다이빙을 뉴질랜드에서!

쉬는 날 방문한 로토루아, 타우포 여행기



코 막고 가면 괜찮은 로토루아



팩하우스에서 데이오프를 받으면 주변의 볼거리들을 찾아 캠퍼밴을 끌고 여행을 떠나곤 했다. 하루는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로토루아에 방문했는데, 이 도시에 진입했다는 걸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냄새였다. 유황의 도시라는 건 알고 갔지만 근처에서부터 그렇게 심하게 날 줄이야. 심지어 창문 열고 달린 것도 아닌데 스멀스멀 어디서 구린내가 올라오길래 근처에 소 키우는 데가 있나 싶었다. 근데 알고 보니 도시 전체에서 나는 유황의 냄새.. 대체 사람들이 여기에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심한 구간도 있었다. 물론 익숙해지면 괜찮고, 사람마다 냄새는 다르게 느끼지만 나에게는 유황의 냄새가 가끔 큰 공격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도시 자체는 신기했다. Red Wood Forest에 발을 들여 평지를 한참 걷다가 뷰포인트로 올라갔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 여기저기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온다. 마치 작은 발전소가 도시 전체에 깔려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https://redwoods.co.nz/info/redwoods-treewalk-rotorua/


이 Red Wood Forest는 다양한 워킹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밤에 걷는 투어가 마음에 들었지만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일찍 돌아와야 해서 눈물을 훔쳤다.. 크흡



진짜 저기서 냄새가 나는 건가 싶어서 근처 thermal park에 가봤는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에서 선녀가 목욕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이 열기가 자욱한 웅덩이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안내문들을 살펴보니 아주 옛날에는 여기서 온천을 직접 하기도 했었다고. 물론 냄새는 심각하다. 익숙해지니까 좀 괜찮았지만, 그날 근처 공원에서 점심 해 먹으려고 계획했었는데 ‘과연 이 냄새를 맡으며 밥을 먹는 게 가능할까?’라는 고민까지 하게 할 정도였다. 



근처 바닷가로 달려 유황의 냄새를 조금 덜어놓고 점심식사. 언제 봐도 하늘이 정말 아름다운 뉴질랜드. 저 아름다운 하늘에서 뛰어내려보자!






타우포 호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원래 키위패킹을 하면서 가까운 타우포 호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고, 국립공원에서 통가리로 트래킹도 하는 게 목표였는데 매번 오프 때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내일 또 일할지도 모른다는 핑계로 와이파이만 쓰러 돌아다니거나 가까운 바다만 찾아가곤 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순 없지. 바로 타우포 스카이다이빙을 예약했다. 테푸케는 날씨가 좋은 편이었고 타우포도 예보상으로는 날씨가 좋았는데, 업체에서 전화를 걸어서는 오늘 기상이 좋지 않다고 다음날로 예약을 바꿔주었다. 


 눈으로 보는 것만큼을 사진에 담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기술의 한계를 느끼곤 한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타우포로 정신없이 달렸다. 중간에 로토루아를 거쳐가는데 또 닫힌 창문 사이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유황의 냄새.. 타우포 근처까지 가서야 없어졌다. 타우포 쪽에도 thermal park가 있는 걸 그제야 알았다. 딱 로토루아 경계까지만 유황이 검출되는 게 아니니까, 방심할 수 없다! 우연찮게 huka fall에 들렀는데 유명한 관광지인지 사람들이 바글바글. 많이 찾아오는 만큼 근사했다. 폭포 높이는 9m 밖에 안 된다는데 물 색깔이 아주 청량한 청록색이라 케이프랭아에서 본 Persil(세탁세제ㅋㅋㅋㅋ) 탄 것 같은 물 색이 떠올라 한참을 넋 놓고 바라봤다. 물 색이 어찌 저럴 수 있는가. 



한참 달려서 도착한 타우포. 도시 중간에 자리한 호수가 너무 커서 바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처럼 밀려오

는 물 때문인지도. 호수 둘레길이 잘 되어 있어서 걷기도 좋았고, 학교가 끝난 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호수 근처로 가서 노는 것 같았다. 가족이 살기 좋은, 아이들이 자라기 좋은 곳이다. 뉴질랜드 구석구석이 그런 것 같다.



https://www.taupotandemskydiving.com


나는 고소공포증이 없다. 10대 초반에 가족끼리 청평인가에 놀러 갔다가 다들 번지점프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어려서 안 시켜준다고 구석 가서 울었던 기억이.. (부모님이 업체 설득해서 결국은 했음) 그 이후에도 번지점프는 두세 번 더 했던 것 같고, 단양 가서 패러글라이딩도 했었는데 아무런 느낌이 없어서 나는 더 자극적인 경험이 필요한 건가 하고 스카이다이빙을 하려던 참이었다. 


예약한 업체 건물을 찾아 타우포 공항부지 안으로 차를 주차해놓고 들어갔다. 나 말고도 5명이 더 있었는데, 4명은 15000피트, 그리고 나를 포함한 다른 여자애 하나는 12000피트라서 두 번에 나눠서 준비했다. 사실 만 오천 피트로 하고 싶기도 했는데 타우포가 뉴질랜드에서 가장 저렴한 축에 속하는 곳이니만큼 저렴하게 하고, 어차피 내년 초 엄마랑 호주 여행을 가면 또 스카이다이빙을 할 거니까 이번에는 예행연습인 셈 치기로 했다. 옷을 입고 준비를 하는 동안 교관들이랑 스탭들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셈인지 이런저런 말을 건다. 여행 중이야? 지금 느낌 어때? 등등. 


나는 셀피 비디오 패키지를 선택해서 타기 전에 오글거리는 숏 인터뷰도 했다. 다신 보고 싶지 않아.. 다양한 사진/영상 패키지가 있는데 다음에는 꼭 누군가 같이 뛰며 찍어주는 패키지를 선택하고 싶다. 고프로는 너무 왜곡이 심하고 각도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놓치는 게 많다. 만 오천 피트들이 뛸 때 아래에서 바라봤는데 제트기에서 진짜 조그마한 점 두 개 떨어지고, 또 한 10초 있다가 점 두 개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조금 있으면 저게 내가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신나게 제트기에 탑승. 



사실 나는 별로 떨리지도 않았고, 제트기의 미친듯한 속도에 마냥 신나고 놀라워서 입이 찢어질 뻔했다. 뒤에 있는 교관의 기어와 나의 기어를 꼭 조여서 안전하게 만든 후 마지막으로 떨어졌는데, 번지점프는 하나 둘 셋이라도 세고 내가 마음의 준비할 시간이라도 주지만 여기는 자비가 없다.. 그냥 뒤에서 밀면 밀리는 대로 떨어져야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아무 준비 없이 떨어진다고? 



체감상으로는 내가 다리를 아래로 한 채 일자로 떨어지는 느낌이 드는데 나중에 비디오를 보니 진짜 몸이 바나나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었다. 45초 자유 낙하, 그리고 5-10분 낙하산을 타는 12000피트 프로그램인데 45초는커녕 10초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져서 너무 아쉬웠다. 15000피트 이상을 했어야 했는데!!! 바람 때문인지 엄청난 풍경 때문인지 정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눈 덮인 통가리로까지 또렷하게 보이는 아주 맑은 날씨였고 파아란 호수를 향해 떨어지는 기분을, 말로 형언할 수가 없다. 뒤에서 교관이 자꾸 어때? 아름답지! 엄청나지! 물어보는데 아저씨 저는 지금 한국말로도 제 기분을 설명할 수가 없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낙하산 조종도 하게 해 줘서, 파란 타우포 호수를 내려다보며 하늘을 유영하는 장면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내려와서는 몸이 후덜거렸지만..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더 생겼고, 이렇게 또 성공적으로 버킷리스트 하나 체크. 갔다 와서 팩하우스 친구들 모두에게 적극 추천했다 *_*b 나와 함께해 준 엘라드 교관아저씨는 지금까지 20,000번 이상을 점프했다는데, 정말 착하고 분위기 잘 만들어줘서 별 다섯 개! 


그 이후 나는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스카이다이빙 경험을 이야기하며 엄마와의 호주 여행을 계획했다. 더 늦기 전에 엄마의 버킷리스트인 스카이다이빙을 경험하는 동시에, 엄마와만 떠나는 해외여행이 서른을 시작하는 나의 버킷리스트로도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카이다이빙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아 취소되었고 버킷리스트는 두 개 중 하나만 완료할 수 있었다. '더 늦기 전에'라는 컨셉으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언제나 '늦은' 때는 없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언젠가는 다시 엄마와 스카이다이빙 여행을 떠날 것을 기대하면서. 



https://brunch.co.kr/magazine/withmy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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