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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Aug 22. 2020

여행유튜버, 코로나 우울증 극복한 방법

하고 나면 반드시 기분이 좋아지는 나만의 '이것'을 찾아라

한달에 한번 해외에 나갔었는데...


정말 상상치도 못했던 날들이 지난하게도 오래 이어지고 있다. 영화 속 장면에서 주인공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기차를 타는게 무언가 불편하게 느껴진 순간 알았다. 내가 코로나 시대에 완전히 적응했구나.


나는 해외에 한달에 최소 한번 나가는 사람이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는건 내 업이자 취미이자 삶의 이유 같은 것이었다. 여행 책을 읽으며 힘든 수험 생활을 견뎠고, 대학에 가자마자 돈을 모아 배낭여행을 하고, 쥐꼬리만한 월급에서도 항상 여행 적금은 빼놓지 않았다. 일년에 두세번 해외여행을 다니며 글을 쓰다가 3년전 딱 이맘때 아예 여행을 업으로 하는 회사에 둥지를 틀었더랬다. 회사소속 여행유튜버로.


하지만 해외는 커녕 집 밖에 나서는 것도 움츠러드는 세상이 됐으니, 내 삶의 나침반이 길을 잃어 팽팽 도는 것은 당연지사. 처음 한두달은 출장이 없어 편했는데 이내 나는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져들었다. 인생의 낙이 사라진 것도 힘든데, 비즈니스가 막히자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논쟁 같은 회의 끝에 뒷목이 뻣뻣해지고 집에 돌아오면 무기력에 치를 떨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좋았던 시절이여... @이스탄불



나를 기분 좋아지게 하는
틀림없는 무언가를 찾아라


너무나 다행인 것은 여행 말고 내가 좋아하는게 하나 더 있었다는거다. 바로 운동. 어떤 스포츠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난 그냥 헬스를 좋아한다. 스쿼트를 하면 엉덩이가 딴딴해지는 그 기분. 크런치를 하면 복근이 납작해지는 그 기분. 틀림없이 나는 헬스를 하면 기분이 좋아졌다.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 일단 매트를 깔았다. 혼자 하기 힘들면 유튜브 홈트 영상을 튼다. 도말고 덜도말고 스쿼트 100개만 하자. 100개를 끝내면 몸에 열기가 돌면서 기분이 살짝 좋아진다. 그럼 런지를 하나 더 한다. 그 기분으로 계속 한다. 땀이 흠뻑 나면 프로틴 파우더 한잔 들이키고 샤워를 한다. 오케이. 극뽁.


이렇게 혼자 극뽁을 잘 하다가 6월, 우울감이 극에 달했다. 홈트조차 힘들어지자 PT 20회를 끊었다. 목표도 세웠다. 세미바디프로필 찍기. 13회차를 지나고 있는 지금, 정신건강이 80% 이상 회복되었음을 느낀다. 신체가 건강해진건 덤이다. 확실히 운동은 틀림없는 돌파구였고, 타인의 도움을 받는건 현명한 선택이었으며, 이런 지출이야말로 타한 소비였다.


PT가 끝나고 바디프로필을 찍어도 나는 헬린이 생활을 계속 할 예정이다. 멘탈은 코어근육으로 잡는거라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운동은 나의 힘



사소한 것도 상관없다
찾는게 중요하다


일상생활의 반경이 많이 제한된 요즘, 나만의 확실한 케렌시아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내 친구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는 일이라 했고 한 친구는 피자를 먹는 일이라고 했다. 어떤 친구는 조용히 커피를 내리는 일이라고 했다. 것만 하면 100% 기분이 좋아진다고.


그럼 됐다. 거창한건 필요없다. 코로나는 계속될거고 그 속에서 우리 삶도 계속되어야 한다. 뒤바뀐 세상 속, 정처없이 떠도는 우리네 마음을 붙일 곳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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