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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피디 Nov 25. 2018

사실은 네가 불행하길 바래

나보다 행복하지 않기를

긴 세월을 기다리느라 고생했다고, 빨리 자리 잡아서 호강시켜주겠다고, 앞으로 더 오래 행복하자고, 나는 너의 영원한 지지자라는 편지를 맨 앞장에 꼭꼭 눌러쓴 박사 논문을 쥐어줬던 남자친구는,

외국 연구소에 계약직으로 간지 6개월만에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사실은 너와 결혼할 생각은 없었다는 참혹한 말을 남기고. 그는 원인을 우리의 관계에서 찾았지만, 이미 그곳에는 그와 독일의 삶을 함께 할 여자가 있었다. 내가 가는 것을 거부했기에 나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나의 7년 반 연애는 비참하게 끝이 났다.




이별의 아픔을 넘어서서 이제 삶이 무기력해진다.
 사랑이 끝난것도 슬픈데 인간에게 배신당한건 너무 가혹하다.
죽고싶다, 사는게 버티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상처받기 이전의 생기있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랑이 변한건 괜찮다.
하지만 내 영혼을 짓밟지는 말아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나를 인간으로 대우해주지 않았다.
그에게 나는 뭐였을까.
울고 힘들어하는 나를 두고 그 여자와 여행을 가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죄책감 없이 행복했을까.
원래 그런 사람이었을까.
그럼 내가 7년간 봐온 그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헤어지는 이유가 그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있는걸 숨겼다는걸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렇다면 나에게도 마음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만났으면 모두에게 좋지 않았을까.
아니면 오래전 사랑이 식었다던 그 시점에 나에게 미리 이야기 해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함께 7년을 정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도대체 왜 실컷 미래를 이야기하다 갑자기 '사실 너와 결혼은 자신 없었다'는 말을 하는걸까.
왜 혼자서 오랜시간 마음정리 다 하고 다른 사랑을 시작하고 나서야 나에게 통보를 한걸까.
왜 나는 헤아려주지 않은걸까. 왜.
분명 나를 사랑했는데.
나를 누구보다 껴주던 사람이었는데.
이성적이고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는데.


우리 예쁜 추억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의 20대가 모두 부정당했다.


절에 가서 기도를 했다. 그냥 잠깐만 아프고 내 마음이 병들지는 않게 해달라고. 금방 다시 행복해지게 해달라고.


나는 극복할 수 있을까, 이 끔찍한 이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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