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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은 도시

코뷸렌츠

by 혜령


코뷸렌츠 행 완행열차는 로렐라이 언덕을 지나간다.

역 앞의 교회는 시선을 붙들고 한참을 돌아보게 만든다.

간결하고 담백한 그러나 아름다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자태가 인상적이다.

문득 떠나거나 돌아오는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 깊은 감사와 소망의 기도를 하던 흔적을 보는듯했다.

기차역에는 가능성의 시간표가 늘 열려있고 무엇인가를 만나거나 누군가와 헤어지며 지났을 거리엔 신호등이 생겼다.

초록의 손짓을 따라 나도 따라 건너고 보니 작은 분수와 나무그늘에 수다가 가득하다.

작은 마을이라고 하는데 중심가도 주택가도 밝고 화려하고 조용했다.

라인강과 모젤강이 만나는 곳, 독일의 두물머리쯤 되는 이곳의 풍경.

공원의 물놀이 공간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흐르고 성벽과 전망대에 여유로운 산책이 이어진다.

우연히 뽑힌 이도시에 내리게 된다면 무조건 강을 향해 걸어야 한다.

목적도 없이 부지런히 출발하는 시절을 만났다면 말이다.

시내를 걸어오다 우연히 긴 줄을 선 사람들을 포착. 끝을 따라가 보니 햄버거 가게이다.

빵과 고기. 그 단순한 메뉴 앞에 나도 줄을 섰다. 언제인가 우연히 맛을 보게 되었고 맛을 기억하는 저장고에 들어 있다가 바로 튕겨져 나온 그것이었다.

가격마저 소박한 덩어리 다짐육과 단단하고 고소한 빵의 반가운 만남. 이 메뉴만으로 나는 코뷸렌츠에 다시 오고 싶어졌다.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먹으며 길을 걸었다. 테이블이며 의자도 없고 서 있을 공간마저 협소한 그 가게의 아주머니는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들을 맞이했다.

마을을 지나는 꼬마 열차. 공원으로 향하는 아름다운 노년의 사람들. 강가에 자리 잡은 꽃과 바람과 자전거들이 늦여름의 정취를 물들이고 있다. 시청 앞 광장의 카페와 분수 밖으로 물이 떨어지는 생겔분수, 라인강을 따라 유람선에 몸을 싣고 유유자적 할 수도 있는 선착장. 와인산업과 운수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한 곳이다.

천년도 전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로 나뉘게 되는 프랑크 왕국의 베르됭 조약이 도출된 장소이다.

단 한 번도 함락당하지 않았다는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는 박물관이 되었다.

작다고 하는 마을 코뷸렌츠, 내 맘속에는 큰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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