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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by 혜령


읽을 수 있는 단어로 읽을 수 없었던 영혼을 보여준다.

보색이 대비되는 단어나 동색이 등을 대고 있는 문장을 보면 쿵 하는 소리가 난다.

가슴에서 그런 소리가 난다.

내가 떨어지는 소리인지 작가가 떨어지는 소리인지 모르지만 새벽마다 듣게 되는, 느끼게 되는 시간이 참 고맙다.

긴 시간 동안 스스로를 굳건하게 한 호흡이 늘 아득해져 책을 덮는다.

내 그릇이 너무 작구나.

더 이상 담을 수가 없구나.

그러나 다행인 면도 있다.

내일 또 번개가 치는 책 속으로 나를 들여보낼 수 있으므로.

몇 번이고 떨어지기 위해 책 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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