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한창일 때 충분히 사랑한다.
시들어 그늘이 역겨우면 잊고 싶어 떠난다.
감정의 꽃이 잠깐 피어 환상을 이끌어 갈 때 꿀을 찾는 벌이 된다.
긴 시간과 오랜 공간을 나누기에는 사랑은 지나치게 꽃의 속성을 닮았다.
온 마음으로 묶어 놓은 진심이 보기 좋은 것도 꽃이기 때문 일거다.
뭉그러지는 저녁이 오면 묶어둔 마음에 화를 낼지도 모른다.
오가는 길에 스스로 당당한 나무를 사랑하기까지는 늙음이 필요하다.
손등의 주름과 나무껍질의 시간이 한 가지로 흐른다는 것을 알고 나면, 그 나무에 꽃이 피지 않아도 온 계절을 안고 살 수 있다.
꽃이 아닌 시간은 꽃이었던 날이 늙어서 지혜가 된 열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