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고 그 길을 걸 수 있는 것.
그것이 삶이다.
세상의 길들이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가야 함이 마땅하다.
사랑이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두부나 치즈처럼 본질을 기억하되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꾸는 것.
단백질이 엉키고 손에 잡히는 고체가 될 때까지.
시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화학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외부의 무엇이 있어야 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처음엔 조금씩 모습이 보이다가 나중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단단해지는 것.
우유가 치즈로 만들어지면서 전혀 다른 길을 가는 것.
액체였던 지난날은 기억에만 남아있는 것.
골목을 돌아 만난 한 귀퉁이의 바다는 거대하고 푸르고 향기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