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기만 한 집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이면 시멘트 바닥이 말끔해지는 마당이었으면 좋겠다.
한 귀퉁이에는 강인하고 씩씩한 야생화 몇 송이가 피고 지며 살아 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겹의 유리문이 계절의 얼굴을 말끔히 보여주고 나는 정성껏 유리문을 닦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시멘트 바닥이 평평하고 반쯤은 처마밑으로 그늘이 진 자리에 작은 차탁을 두고 싶다.
계절의 변수 앞에 무던하도록 스텐레이스의 의자와 차탁이 좋겠다.
겨울에는 양모나 담요를 깔고 여름에는 삼베모시로 방석을 두고 싶다.
마당으로 난 유리문을 넘어 주방이 보이는 거실에 책을 두는 장만 두어 개 두고 싶다.
영혼이 고이는 침묵의 시간을 위해 그런 집을 마련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