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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리아

by 혜령


이제는 나도 그리움 없이 여행하는 법을 알아야겠다.

아니 알 것 같다.

터미널이건 기차역이건 공항에서도 고개 들고 누구를 기다릴 것 없다.

아파서 눈을 맞추지 못한 시간은 흐르듯이 빠져나가 개운한 나이가 된 것도 같은데.

아무렇게나 싼 가방이어도 훤히 알고 있는 속의 것이 가끔은 가슴을 찌르는 때가 있다.

문을 열면 그 얼굴이 웃으며 작고 단단한 기억을 데운다.

나는 그만 따뜻해져서 눈시울이 젖어 온다.

아직이구나.

아직 더 시간의 운하를 돌아와야 할 것이구나.

그냥 쏟아버리라고 그깟 눈물이 뭐 그리 무거워서라고 말한다.

나는 나에게 말하면서도 내가 내 말을 듣지 않을 것을 안다.

무덤에도 가보지 못한 이 두려운 그리움은 오래전 젖비린내를 품고 있다.

온몸을 안아 맡아주던 신의 영역 어디쯤에 쉽게 죽을 수도 있었던 생명을 보살피던 나의 마리아.

꺼내어 살펴보는 것이 두려울 만큼 모든 것이었던 나의 우주.

부모도 버린 그 위태로운 경계에서 살려낸 불씨.

알겠다.

사람의 사명이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이토록 긴 시간 생명처럼 아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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