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령 May 17.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툴룽-안 되는 날에 되는 메뉴

마르세유로 돌아온 다음날.

롱샹 궁전에 가려고 아침에 나섰다.

비가 오고 바람도 불고 춥기까지 했지만 궁전에 딸린 건물이 미술관이었으므로 오늘 같은 날에 딱 좋은 일정이라 생각했다.

 지하철 왕복표를 사고 세정거장 거리의 롱샹에 도착해서 이정표를 따라 조금 더 걸었다.

마르세유의 꽃샘추위도 만만하지 않다고 느끼며 궁전 정문에 도착했다.

 십여 명의 관광객이 모여 인솔자의 설명을 듣고 있는데 안으로 들어갈 생각을 않는다.

드디어 발견한 안내판에 공사 중 이란다. 정원의 나무를 위한 시간이라는 안내판을 겨우 알아듣고 한 동안 서있었다.

안 되는 날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하나.

기차를 타고 근교라도 가자는 생각에 역을 향해 걸었다. 시장이 나오고 성당이 나오고 이제까지 다니던 길과는 다른 경로로 역까지 도착했다.

 덕분에 기차역의 정문을 보게 되었다.

그 동안은 숙소에 가까운 옆문을 이용했다.

시간표를 보니 카시스행이 기다린다.

카시스는 기차역에서 멀고 마르세유에서 배를 타고 가려고 했던 곳이다.

일단 타고 다시 살펴보니 툴룽까지 가는 기차다.

툴룽은 프랑스 해군기지가 있는 군항이다.

예정에는 없었으나 이렇게 된 상황에 툴룽이 차선책이라도 되어주리라 생각했다.

 50분 정도 차창으로 내리는 비와 바람과 남부의 파도를 보면 달다.

툴룽에 도착했고 역을 통해 시내로 나가려고 했다.

문제는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고 바람도 세게 불어 우산을 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냥 맞고 다니기에는 적은 비가 아니었다.

시내를 통해 해변까지 가려는 계획은 무산되고  마르세유로 돌아오는 기차를 탈 수밖에 없었다.

기차 안이 따뜻하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로였다. 마르세유는 조금 개어가고 있었고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 왔다.

추웠고 배도 고팠고 해서 냄비밥을 하고 찌개를 끓였다. 밥만 먹어도 맛있는 쌀밥이 완성되고 찌게도 근사한 냄새를 풍긴다.

뚜껑 없는 편수 냄비지만 접시를 뚜껑 삼아 밥 하는 요령은 거의 만점이 되었다.

밥과 찌게, 이것만으로 되었다.

이렇게 안 되는 날에도 되는 메뉴가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뜨거운 식사를 한다.


ps. 그리고 며칠 후 맑은 날 잠깐의 시간을 내어 툴룽 역 부근을 돌아볼 수 있었.




작가의 이전글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