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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May 22. 2024

남프랑스 한 달 살기 여행 중

아를의 별이 빛나는 시간



기차에서 내리자 금세 만난 론강의 위용이 푸르다. 로마인들의 역사가 입혀진 이곳은 지금보다 그때 더 융성했던 것 같다.

우아하게 나이 든 사람의 옆얼굴처럼 도시의 골목은 향기롭다.

하늘과 강과 나무들의 색감이 맑고도 화려해서 자리 잡고 앉아 스케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강변을 돌아 마을 길로 들어서 작은 서점들과 소소한 상점의 정갈한 모습을 보며 걸었다.

분수가 보이는 광장 한편에 고흐의 카페가 있다.

영업을 한지 오래된 듯 물건들이 현관에 쌓여있고 겨우 보이는 글자만 여기가 거기라고 알려준다.

아쉬운 마음이 든다.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마음인양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돌아선다.

커피만 맛있어도 고흐의 이름만으로 가치 있는 자리가 될 텐데.

없어져 버리는 것만은 아니기를 바라며 다음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시원한 그늘이 고운 꽃집 앞에 머무는 곳이 에스파스 반 고흐. 지금은 문화센터와 레스토랑과 기념품점이 있다. 다행히 정원에는 꽃이 가득하고 고흐의 흉상도 만날 수 있었다.

 해바라기와 권총과 담배 파이프 더 안쓰럽게 보인다. 고흐를 생각하며 복잡 미묘한 슬픔이 고인다.

동생과의 좋은 관계가 그나마 위안이 되는 천재의 그림자가 늘 푸르다.

아를에는 로마의 유적과 아레나도 있지만 내게는 고흐만 보인다.

골목에서 우연히 들여다본 원단가게에는 프로방스 특유의  색감이 풍성하다.

식탁보며 쿠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요동을 친다. 먹을 것도 아닌데 군침을 삼킨다.

소금도 쌀도 그 분홍의 어여쁨에 한 번쯤 사보고 싶은데 짐은 짐이 되어 마음을 접게 한다.

햇살이 좋은 광장을 지나 식당에 들렀다.

오늘의 메뉴인 수제버거를 주문하고 편하게 쉰다. 주문을 받은 유쾌한 웨이터는 아이들과도 잘 놀아준다. 축구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더니 공을 다루는 모습이 묘기에 가깝다.

건너편 자리의 스페인 손님과 바르셀로나 이야기를 하는듯하다.

축구를 많이 좋아하거나 축구 선수이거나. 지금은 아르바이트 중인가.

유쾌한 그는 짧은 몇 마디 불어로 인사하는 나에게도 활짝 웃는 얼굴로 답례를 한다.

어딜 가나 유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우연히 들른 식당의 음식맛이 흡족한 것만큼 행운이다. 팁을 넉넉히 두고 싶었다.

아를의 한낮에 유쾌한 기억이 깔끔한 에스프레소의 향기에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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