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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이 오면

by 혜령

하얀 리본 태우고 길을 떠난다.

무릎 꿇을 일만 남은 길에서 나비가 된다.

나의 고치는 육십 년짜리.

잘 끓여진 미역국이 서러울 때 날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배흘림기둥 앞에서나 노트르담 촛불아래 속죄와 염원의 기도는 내게 남겨진 한 켤레 신발 같은 것.

절벽 아래 그 아이를 보내고 그 아이를 따라간 부모님을 보내드리고 비로소 나비가 된다.

사월이 오면 바람이 봄을 태우고 조심조심 하늘을 부른다.

고치를 벗는 세월은 차고 습하다.

수습하는 발걸음이 무겁고도 몽롱해서 꿈인 듯 떠다니는 하루하루가 구슬로 엮인다.

잘 말리려는 나의 고치도 바람 아래 걸어둔다.

돌아온다면 아니 돌아오지 않아도 우리는 각자 잘 죽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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